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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후를 위해 투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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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후를 위해 투표하겠다
  •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조성미
  • 승인 2022.05.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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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정원이 있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은 풍년화와 회양목이다. 고요하던 정원에 웅웅대는 벌 소리가 들리면 회양목 꽃이 핀 줄 안다. 회양목 꽃은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아도 향이 진하고 꽃가루가 많아 이른 봄 꿀벌들을 불러들인다.

꿀벌 실종사건으로 뒤숭숭했던 올봄은 정말이지 이상했다. 마당을 가득 메우던 벌 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매화와 목련 벚꽃이 차례로 피었건만 마당은 여전히 고요하기만 했다. 꿀벌이 찾아오지 않는데 이토록 눈부신 빛깔의 꽃과 향기가 다 무슨 소용인가? 레이첼 카슨이 경고한 ‘침묵의 봄’이 이런 상황이구나!

꿀벌 78억 마리가 사라진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봄꽃이 빨리 개화해 벌들이 평년보다 더 빨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일어났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벌들의 월동 나기를 방해할 수 있다고 예측했었다. 몇몇 벌들은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해 변화하는 기후 조건에 적응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꿀벌 종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의 위험에 놓인 것이다. 기후변화는 꿀벌들의 먹이에도 영향을 미처 제대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한 벌들이 면역체계가 점점 약해진 원인도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은 1.1도 상승했다. 지난 2021년은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이 평년 대비 0.8℃ 높아졌다. 이는 197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올봄 꿀벌들에게 일어난 일은 머지않아 우리 인간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바지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후’를 위해 투표하기로 했다. 우선 각 후보자의 이력과 정견, 공약을 기후와 생태적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 선거공보물과 언론 보도를 비교하며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나은 후보를 골라내야 한다.

우선 선관위에서 보내준 선거공보를 살펴봤지만 깨알같이 나열된 수많은 공약 중에 ‘생태’ ‘기후’, ‘탄소중립’, ‘환경’ 이런 단어를 언급한 후보자가 많지 않아서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개발’, ‘산업단지 유치’, ‘공항 건설’ 등 생태계를 훼손하고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공약을 많이 낸 후보를 배제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지난 20일 ‘홍성시민기후행동연대’가 주관하고 ‘탄소중립과 기후위기’라는 단일 의제만을 심도 있게 다룬 홍성군수 후보자 초청토론회는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들에게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이 토론을 통해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숙의하고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은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에게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주제이다. 다행스럽게도 토론에 나선 후보자들은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하면서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탄소저감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홍성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치를 제시했다. 또 당선 즉시 조례 제정과 탄소중립위원회 및 탄소중립지원센터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꿀벌 실종 사건에 이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봄 가뭄까지 농번기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농업 분야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이렇게 모든 지역사회 의제를 압도할 만큼 위력적이다.

다시 꿀벌 이야기로 돌아가면 암울한 뒷이야기가 남아 있다. 어느 날 난 초록의 잎사귀가 돋아난 벚나무 아래서 흠칫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붕붕붕 벌소리가 다시 들렸기 때문이다. 빗나가버린 꽃과 꿀벌의 시간. 붕붕붕 애타게 꿀을 찾는 배고픈 벌들의 춤은 가슴을 아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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