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1:23 (목)
농사 성공과 실패, 기록과 데이터 분석에 달렸다
상태바
농사 성공과 실패, 기록과 데이터 분석에 달렸다
  • 윤종혁
  • 승인 2022.04.04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 안형균 농업연구사
안형균 농업기술사. 홍성군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교육장을 책임지고 있다.
홍성읍 내법리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교육장에는 홍희를 비롯한 24종의 딸기가 자라고 있다. 서로 다른 품종의 특성을 살필 수 있다.

홍성읍 내법리 헬기착륙장 옆에는 1496㎡ 규모의 6연동 비닐하우스가 있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가 2018년 9월에 구축한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교육장(이하 교육장)’이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는 교육장을 통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농업분야 4차산업 기술 적용 거점으로, 딸기를 비롯한 지역 특화작목 통합기술 실증 및 농업인 현장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형균(40) 농업연구사가 교육장을 이끌어가면서 스마트팜에 대한 농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홍성의 특산품인 딸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카자흐스탄서 맺어진 딸기와의 인연

경남 창원이 고향인 안형균 농업연구사는 어려서부터 농업과 농촌이 좋았다. 농업에 대한 꿈을 간직하며 순천향대에 입학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며 식물자원공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몇 년은 전공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농업에 대한 열정은 마음속에 늘 간직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 회사가 해외농업을 담당할 지원자를 뽑는다는 것이었다. 안형균 연구사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을 해서 당당히 선발됐고 카자흐스탄으로 떠나게 됐다.

2016년 8월 낯선 땅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다. 안형균 연구사에게 주어진 일은 딸기와 토마토를 재배하는 온실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스마트팜을 처음 접하게 됐다. 토마토 재배 온실은 1만2000평이었고, 딸기 재배 온실은 800평이었다. 재배 온실은 도심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외롭고 힘든 공간이었지만 스마트팜을 배우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스마트팜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처음 1년 동안은 토마토, 딸기 재배와 관련한 데이터가 없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한국과는 여러모로 다른 환경이어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2년차에는 1년 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하나 둘 자리가 잡혔다. 3년차가 되면서 농사와 경영에 대한 눈을 뜨게 됐다. 스마트팜에서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를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농업기술센터 스마트농업 교육장 책임자

카자흐스탄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의 조언에 따라 스마트팜과 관련해 한국에서 기반을 다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스마트팜이 막 시작하는 태동기였다. 우연히 홍성군에서 스마트농업 교육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2018년 11월 홍성군농업기술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스마트팜은 농축수산물 생산, 가공, 유통 단계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농업 시스템을 뜻한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최적의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로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고, PC와 스마트폰 등으로 원격에서 자동 관리할 수 있어, 생산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편리성도 높일 수 있다.

안형균 농업연구사는 교육장에 대한 미흡한 부분을 2년에 걸쳐 개선했다. 현 이승복 농업기술센터소장이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교육장은 1년 내내 빨갛게 익은 딸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고, 홍희와 아리향 등 24종에 달하는 여러 딸기의 생육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배움의 장소가 됐다.

안 연구사는 교육장에서 신규농업인에 대한 스마트팜 기초 교육을 주로 한다. 특히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 많이 이뤄진다. “딸기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의 경우 하우스 시설이 재산의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컨설팅과 교육을 한다는 것은 남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딸기 재배와 관련한 교육뿐 아니라 마음 속 고민까지도 함께 풀어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교육이 끝나더라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이자 책임입니다.”

안형균 농업기술사가 딸기 생육과 관련해 하루하루 변해가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홍성 대표하는 딸기 신품종 개발 목표

스마트팜 교육장은 현장 기술부터 다양한 딸기 품종에 대한 맞춤형 재배법까지 배울 수 있어 전국에서 교육생들이 찾아온다. 같은 공간에 24종의 딸기가 함께 자라고 있기 때문의 서로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고, 품종 고유의 특성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안형균 농업기술사의 꿈은 홍성을 대표하는 딸기 신품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와 육종전문회사인 헤테로는 올해 2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쟁력있는 홍성군 자체 딸기 신품종을 개발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안정적인 보급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증재배를 실시해야 한다. 새로운 품종의 주요 특성을 분석하고 정보를 모아내야 한다. 새로운 품종에 맞는 재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홍성을 대표하는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홍성의 딸기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 경쟁력이 높아지면 농가 소득이 늘어날 것이고, 농촌에 정착하는 젊은이들이 하나, 둘 늘어날 것입니다. 농업의 성공과 실패는 기록과 데이터 분석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의 습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