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에타의 첫 겨울> 롭 루이스 글 그림, 정해왕 옮김/ 비룡소, 1996
지금은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된 두 아이에게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책 선택은 아이들이 했고 어떤 그림책을 골라올지 설렜습니다. 아이들은 같은 그림책을 여러 날 꺼내오기도 하고, 다른 책을 골라오기도 했습니다. 들어주는 시간은 고맙고 귀했습니다. 읽어주는 그림책 중에는 이해되지 않는 책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깔깔깔 좋아하고, 집중하는데 저는 왜 재미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헨리에타의 첫 겨울>이 그랬습니다.
주인공 헨리에타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첫 겨울을 맞이합니다. 열매를 모으는 데 두 번이나 실패합니다. 헨리에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열매를 모읍니다. 이를 본 동물들이 도와줍니다. 헨리에타는 기분이 좋아 친구들과 잔치를 엽니다. 멋진 잔치가 끝나자 열매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현실적인 ‘겉사람’으로서 양식을 남겨두지 않은 헨리에타가 어리석게 보였습니다. 두 아이가 훌쩍 자라는 동안에도 헨리에타가 제 맘속에 자리했습니다.
저는 판타지처럼 이재복의 <판타지 동화 세계>를 만납니다.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헨리에타는 두 번의 통과의례 과정을 통하여 오늘만을 사는 속사람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 내일은 오직 내가 온전히 오늘을 살 때 다시 오는 오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래서 헨리에타는 친구들이 갖고 온 먹이를 다 나눠 먹고야 말았다.”
우리는 어떤 일을 시도해 보고 이뤄지지 않으면 포기합니다.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실패하면 포기는 더 쉽습니다. 헨리에타는 세 번이나 도전하고 내일은 온전히 오늘을 살 때 다시 오는 오늘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은 직관으로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들어준 오늘을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 후 헨리에타가 이해된 오늘을 만났습니다. 추위에 움츠러드는 요즘, 온전한 오늘을 보내보세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실패는 꼭 있습니다. 온전한 오늘 뒤에는 따듯한 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