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역 설치가 확정됐다 한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홍성군민에게 ‘엎친 데 덮친’ 꼴의 불길한 사건이다. 삽교역 확정이 홍성군민에겐 왜 불길한 사건인가? 예산군민이, 충남도지사가, 홍문표 국회의원이 쌍수를 들어 반기는 사건인데 말이다. 원칙과 공정을 벗어난 확정으로,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에 저해되는 확정이기 때문이다.
11년 전, 서해고속철이 발표되면서 삽교역 문제가 불거졌다. 당초 계획엔 삽교역이 없었다. 이에 예산군민들이 삽교역 설치를 강력 주장했다. 이 주장에 홍성군민들은 반대의사를 표했다. 주장과 반대 모두 지역이기주의였다. 하지만 같은 이기주의는 아니었다. 홍성군민 반대엔 나름 명분이 있었다. ‘아전인수’ 식 명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당초 계획에서 삽교역을 뺀 것은, 나름대로 원칙에서 뺐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예산군민이 반발했다. 이 반발에 정부는 ‘장래 신설역’을 약속했다. 장래 그 원칙에 합당하면 설치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검토를 했다. 검토 결과 그 원칙에 합당할 경제성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저버린 채 확정을 발표했다. 그럴 수 있는가?
편법을 적용한 것이다. 철도시설의 건설과 유지관리 의무 주체는 국가다. 단 예외 조항이 있다. 철도법 시행령 22조를 보면 ‘원인자 요구로 기존 철도노선에 역 시설을 건설하는 경우 그 비용 전액은 원인자가 부담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을 적용해, 정부는 공사비 271억 원을 원인자인 예산군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삽교역 설치를 승인했다. 국가 의무를 예산군에 떠넘긴 거다. 경제성도, 의무도 팽개친 원칙 없는 정부 행위였다.
원칙 없기는 충남도도 마찬가지다. 공사비 절반을 충남도가 부담해 준다는 것이다. 공사비 부담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향후 삽교역 유지관리비도 부담해야 한다. 그 많은 돈은 충남도민 돈인 것을, 왜 충남도민 동의 없이 예산군민에게 퍼 주는가? 충남도 재정은 충남도민에게 골고루 공평·공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이에 대해 양승조 지사는 “삽교역에 도비가 투입되는 것에 서운하게 생각하는 지자체에 향후 서운함을 달랠 적절한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서운함? 적절한 방법? 도정을 그런 식의 감성과 편법으로 해서 되는가? 양 지사는 공평과 공정을 위반하겠다는 것이다. 왜 그러는가? 양 지사가 삽교역 설치를 공약했기 때문인가? 그 공약도 잘못이다. 홍성군민 반대 여론을 무시한 공약이었다. 예산군민 표만 생각했지, 홍성군민 표를 무시한 공약이었다.
홍성군민을 졸(卒) 로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공약을 할 수 있는가? 공약뿐만이 아니다. 이번 확정 발표 후에도 양 지사는 삽교역을 ‘충남도의 관문 격’이라 말했다. 어디에 근거한 말인가? 예산군민이 삽교역을 ‘충남도청역’ 운운하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물에 빠진 거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 놓아라’는 격의 예산군민과 부화뇌동 하겠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된다. 충남도청사 소재지는 엄연히 홍성이다. 더 이상 홍성군민을 자극하지 말 것을, 예산군민과 양 지사에게 경고한다. 특히 양 지사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주문한다. 올해 지방선거 전에 말이다.
양승조 지사만 원칙과 공정을 무시한 게 아니다. 홍문표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홍 의원 역시 홍성군민 반대여론을 무시했다. 무시치 않고서야, 삽교역 설치를 위한 국정활동을 어찌 그리 활발하게 펼칠 수 있었겠는가? 홍 의원은 삽교역 설치 확정에 감사하며 ‘삽교역 신설로 예산군 발전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삽교역 확정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홍성군민을 외면한 채 말이다. 홍 의원 역시 예산군민 표만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홍성군민을 대신하겠다던 정치인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1년도 사자성어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새삼스럽다. 고양이가 쥐는 안 잡고 같이 산다는 뜻이란다. 홍성군민은 삽교역 설치를 주장하는 예산군민에 대해 정치인들의 중재활동을 강력하게 주문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외려 예산군민과 부화뇌동해 삽교역 설치를 공약하고, 그 공약의 이행 등으로 홍성군민을 우롱하고 있다. 더 이상 우롱만 당하고 있을 순 없다. 하지만 감정으로 대처해선 안 된다. 원칙과 공정을 지키며, 실익을 챙겨야 할 것이다.
어쨌든 삽교역 설치는 확정됐다. 통합과 상생을 강조한 홍성군민이, 이웃 예산군민의 기쁨에 더 이상 재를 뿌릴 필요는 없다.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어차피 예산군민은 우리의 이웃이자 상생의 파트너다. 언젠가 통합으로 하나가 돼야 할 운명이다. 그런 전제에서 삽교역 문제도 풀어나가야 한다.
이참에 홍성역과 삽교역의 역할 분담을 제안한다. 홍성역을 홍성~평택~용산을 연결하는 KTX 출발역으로, 삽교역은 서해고속철 출발역으로 말이다. 서울역에서 경부선 KTX를, 용산역에서 호남선 KTX를 출발시키듯 말이다.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 해결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