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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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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졌습니다”
  • 최기주 기자
  • 승인 2021.11.2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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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입학한 내포성인학교 한재화 씨

많은 사람들은 배움에 때가 있다고 말하며 학창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때가 좋았지”라 말하며 현재와 미래보다는 과거에 머무른다.

올해 청운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에 입학한 한재화(62) 씨도 과거에 그런 모습이 있었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지속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있어 포기했던 때를 종종 그리워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제게는 아이들이 우선이었고 가정을 뒷바라지 하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이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가 남더라고요”라 말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남편의 퇴직 후 홍성에 정착하며 농사도 돕고 밭도 가꾸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수확이 좋지 않으면 허탈한 감정들이 들었어요. 그럴 때 특히 배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 차순예 씨가 다니던 내포성인학교의 청강을 권유받았다. 그토록 염원하던 배움의 순간이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를 따라갔고 그곳에서 내포성인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최광묵·김관순 부부를 만났다. “최광묵 선생님과 김관순 선생님은 제게 있어서 등불 같은 존재에요. 대학을 가지 못했던 것이 한으로 남아 앞이 깜깜했거든요. 그 앞을 밝혀준 것이 선생님들이었습니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공부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암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수학과 한국사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리 외워도 하루 지나면 다 잊혀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기억하고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반복했어요.”

열심히 학업을 진행한 한재화 씨는 대학 입학을 앞둔 시점에서 학과 선택에 대해 고민하며 무엇을 해야할까 많은 생각을 했다. 결정한 학과는 사회복지상담학이었다. “우리나라가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분명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제가 내포성인학교 선생님들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저도 사회의 등불이 되고 싶었습니다.”

힘든 노력 끝에 한재화 씨는 친구 차순예 씨와 함께 청운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이에 최광묵 교장은 “내포성인학교의 학생들이 학업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한재화·차순예 학생도 열심히 수업을 듣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쪼록 사회에 나가서도 열심히 학업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18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됐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 결과에 울고 웃기도 하지만 기대하지 못한 점수에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에 한재화 씨는 “시험 점수는 중요하지만 배움의 기회를 포기할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배움에는 길이 있고 뜻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학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로 남으니 학생들이 끝까지 배웠으면 좋겠어요.”

논어의 맨 첫장에 보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이 있다. 한재화 씨도 늦게나마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다. 대학에 입학한 현재도 잘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업을 다닌다. “홍성에도 잘 알아보면 배울 수 있는 곳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저는 지금 영어를 계속해서 배우고 있는데 점점 알아가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학업에 목마른 분들이 많이 알아 갔으면 좋겠네요. 저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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