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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93세…용봉산 5000번 오르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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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93세…용봉산 5000번 오르는 것이 꿈”
  • 윤종혁
  • 승인 2021.11.27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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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용봉산 3825번 오른 홍성읍 조병길 씨
조병길 씨의 다이어리에는 용봉산을 다녀온 기록이 빼꼭하게 적혀 있다. 지난 19일 기준 3825회 산을 올랐다.

새벽 3시에는 어김없이 일어나 가볍게 운동을 하고 배달된 신문을 읽는다. 두툼한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다 보면 어느새 동이 튼다. 아침밥을 먹고난 후 등산화 끈을 조여 맨다. 작은 배낭에 갈증을 덜어 줄 오이 하나와 물 한 병을 넣고 집을 나선다. 이때가 오전 7시 30분 전후다.

조양문 인근에서 버스를 타고 용봉초등학교 입구에 내려 등산을 시작한다. 대피소를 지나 투석봉~최고봉~노적봉~악귀봉~임간휴게소~용바위를 거쳐 병풍바위 방향으로 내려온다. 용봉사와와 구룡대매표소를 지나 주차장 인근에서 버스를 타고 정오 경 집으로 돌아온다. 50년째 한결같은 삶을 살고 있는 홍성읍 오관리 조병길(93) 씨의 일상이다.

조양문 인근에서 태창상회라는 옷가게를 운영했던 조병길 씨는 젊어서부터 호흡기가 좋지 않았다. 40대 초반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갔더니 의사가 등산을 권유했다. 호흡기 질환에 등산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말에 조 씨는 매일 용봉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등산로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건강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낫으로 풀을 헤치며 길을 만들어 가면서 용봉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살기 위해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용봉산을 처음 찾았을 때만 해도 등산이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등산객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길이 없어 낫으로 길을 만들며 다녔는데 지금은 제가 다녔던 길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등산로가 돼서 뿌듯하기만 합니다. 용봉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 벌써 50년이 됐습니다.”

조 씨는 일상의 흔적을 다이어리에 기록으로 남긴다. 집에 수십 권의 다이어리가 있다. 2011년 11월 일정에는 용봉산을 다녀온 날들이 선명히 적혀 있다. 지난 26일 기준 2828회 용봉산을 찾았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매일 용봉산을 올랐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건강을 생각해서 일주일에 네 번 용봉산을 오른다.

조병길 씨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같은 코스의 등산로를 이용해 용봉산을 찾는다. 50년 동안 다니다 보니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두가 눈에 선할 정도로 주위 풍경이 익숙하다고 한다. “용봉산을 돌이 많아서 조금만 실수해도 미끄러져서 다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지형으로 다녀야 다칠 염려가 없습니다.”

용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혼자 산을 오르는 조병길 씨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묻곤 한다. 93세라고 답하면 대부분 깜짝 놀란다고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합니다. 몸이 아프고 난 후 건강을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꾸준히 산을 찾다 보니 아직까지도 아픈 곳이 별로 없을 정도로 건강합니다. 특히 산에서 마시는 신선한 공기가 제 몸을 지켜 주는 것 같습니다.”

조병길 씨는 건강 비결에 대해 자신 있게 운동이라고 답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간단한 체조를 하고 오전에 산에 가고 오후에 글을 읽고 저녁 7시에 잠자리에 든다. 육식보다는 채식을 즐겨 먹는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과 약을 먹기 보다는 내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늦었다고 말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당장 운동을 시작하세요.”

조병길 씨의 꿈은 용봉산을 5000번 오르는 것이다. 일주일에 네 번, 한 달에 평균 16회를 오른다 치면 1년이면 대략 200번 정도 용봉산을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조병길 씨가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산을 찾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용봉산을 계속 찾을 것입니다. 용봉산 5000번 등반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조 씨는 홍성신문 독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글을 직접 써서 등산이 왜 좋은지를 강조했다.

‘補藥三貼이 不如秋日登山이라’
보약 세 첩 먹는 것 보다 청명한 가을날에 등산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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