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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 원도심 방안 수립, 첫 단추부터 다시 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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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 원도심 방안 수립, 첫 단추부터 다시 꿰자
  • 홍성신문
  • 승인 2021.10.0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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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이 청운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한 ‘원도심 활성화 방안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 결과를 놓고 홍성군의회가 쓴 소리를 내놓고 있다. 용역 결과 자체가 “뜬구름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신청사로 옮긴 후 남게 되는 기존 군청사 활용 방안에 대한 이견이 제기된다.

용역담당 기관은 지난달 28일 홍성군의회 정책협의회에서 현재의 본관만 철거하고 의회동, 별관 1~3동, 옛 홍성읍청사는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남은 건물을 어린이 실내놀이터, 평생학습 강의실, 홍주성지 기념관, 열린 동아리방, 다문화교류센터, 자원봉사센터, AR/VR 체험공간, 디지털아트 전시장 등으로 사용한다는 생각이다.

홍성읍 원도심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기존 청사부지의 활용 문제다. 현 청사 부근은 신청사 이전 최종후보지 다섯 곳 중 한 곳이었으며, 이곳을 후보지로 주장했던 큰 이유는 홍성읍 공동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홍성군과 용역수행 기관도 이번 용역의 가장 첫 번째 과제로 기존 청사 활용 방안을 설정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토록 중차대한 문제를 다루는데 기본적인 고려 사항이 누락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 청사 부지는 사적 제231호로 등록된 지정문화재구역이다. 문화재구역 안의 건축물을 증·개축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문화재 형상변경 허가’가 필요하다. 기존 청사가 협소하고 노후화돼 새로 지어 이사 가는 마당에 제시된 활용 공간들이 증·개축 없이 들어설 수 있느냐는 얘기다. 이날 협의회에서 용역 기관도 이 점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홍성군과 용역 기관은 용역과제의 주요 내용 중 하나로 사업에 필요한 재원 규모 파악과 조달방법의 모색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의회에 공개된 중간결과 자료 어디에서도 예산과 재원조달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예산은 해당 사업이나 용역 결과의 타당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본지표이다. 군민의 대표인 의회에 비교 지표도 없는 방안을 제시해놓고 판단해 달라고 한건 아닌지 우려마저 든다. 홍성군은 이번 주로 예정된 최종 보고회 때는 예산 관련 내용이 들어갈 것이란 입장이지만 뜬구름 잡는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기존 청사 부지의 활용 문제는 여러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심지어 이미 결정된 신청사로의 이전을 번복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주요한 주장이나 방안 별로 장·단점을 제시하거나 비교분석한 결과 치를 내놓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아예 고려흔적 조차 찾을 수 없다. 용역의 결과는 기존 건물에 다양한 기능의 공간을 앉히면 보다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는 판단인 것 같다. 그런데 그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여백의 미를 살릴 때보다 더 많이 올 수 있다 장담할 수 있는가?

홍성군은 올해 초 연구용역 등을 통해 용봉산에 구름다리와 모노레일을 추진하다 문화재 보존지역 내 행위허가 신청 불허로 무산된 바 있다. 또 서부 속동전망대에 짚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수자원보호구역 안 설치가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전망대 설치로 변경한 일도 있다고 한다.

데칼코마니를 하나 더 늘리지 않고 싶다면 용역의 목적과 과제인 ‘원도심 활성화 방안 수립’ 사업의 첫 단추를 다시 꿰기 바란다. 현존하는 주요 주장과 이견에 대해 보다 넓고 세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민주주의적인 절차가 전제되어야 결정된 방안 또한 정당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문화재구역 관련한 법적 규정을 명확히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임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용역의 수행 자체가 ‘답정너’라는 비난은 피하기를 바란다. 이번 중간결과의 기존 청사 활용방안은 김석환 군수의 평소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고 한다. 홍성군청이 이미 방향을 정해 놓고 그대로 추진하기 위한 논리적 명분 쌓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용역 기관이 자료에 명시한 용역 목적 ‘기존 청사 활용 방안’ 문구 자체도 이미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기존 청사부지 활용 방안’이 보다 객관적인 표현이다. 용역 기관의 단순 오기이기를 바란다.

홍성군도 이번 용역은 기본 방향성과 아이디어 마련이 목적이며, 최종 확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최종보고회 후에도 공청회 개최 등 의견수렴 절차를 통한 변경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지방자치단체의 연구용역 전반에 대한 점검과 관리 업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다. 올해 홍성군의 연구용역 예산은 23건에 약 11억5000만원이다. 건 당 평균 5000만원의 피 같은 세금이 물 같이 쓰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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