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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는 홍성 공유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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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는 홍성 공유냉장고
  • 홍성신문
  • 승인 2021.10.0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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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희망 찾기 11
정만철 청운대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요즘, 가끔 접하는 따뜻하고 훈훈한 소식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홍성공유냉장고. 올 4월 처음으로 홍성에서 공유냉장고가 설치되고 9월까지 7대가 오픈을 했다. 이번 글은 지금까지 홍성 공유냉장고가 걸어 온 경과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유냉장고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11월 충청남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경제산업분과에서 개최한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작은 토론회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공유경제의 사례로 수원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수원시 지속협)가 운영하는 공유냉장고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 취지와 내용에 공감이 되는 바가 컸다.

그리고 공유냉장고를 소개하기 위해 12월 말 홍성신문에 ‘따뜻한 냉장고(2020년 12월 26일자)’라는 글을 기고했다. 마침 작년 크리스마스 날인 12월 25일은 홍성에서 태국인 근로자 5명이 집단적으로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 홍성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하자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졌고, 홍성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는 일부 어르신이 외국인들에게 욕설과 고함을 지르는 일도 있었다. 이 사건은 홍성에서 공유냉장고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기고문을 쓰기 전부터 홍동면 소재지에서 로컬푸드식당을 운영하던 박관수 대표와 공유냉장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왔는데, 대한적십자사홍성지구협의회 황정애 회장께서 공유냉장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귀띔을 해 주었다. 당장에 황정애 회장을 만나서 공유냉장고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고, 적십자봉사관에 공유냉장고를 설치해 보고 싶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한편으로는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에게도 공유냉장고 운영을 제안했고, 김 대표 역시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청년공유냉장고를 운영해 보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홍성군여성농업인센터에 공유냉장고 3호점이 만들어졌다. 

취지에는 공감을 했지만 공유냉장고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 수원시 지속협에서 운영하는 공유냉장고 사례를 직접 보기로 하고 3월 초에 수원시 지속협을 방문했다. 공유냉장고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를 듣고, 실제로 냉장고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홍성에서도 한번 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원시 지속협처럼 공유냉장고를 기획하고, 후원관리를 하는 등 전체적인 운영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었다.

홍성군 지속협과 홍성YMCA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이들 단체의 여건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홍성공유냉장고의 총괄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할 민간단체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고, 4월 1일 홍성군자원봉사센터와 홍성YMCA,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몇 명이 모여 비영리단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을 설립하였다.

4월 12일 처음으로 홍성공유냉장고 커피오감점(1호점)과 적십자봉사관점(2호점)이 오픈한 이후로 6월에는 홍성여성농업인센터점(3호점), 결성점(4호점), 그리고 9월에 홍성성당점(5호점)과 홍성군노인복지관점(6호점), 청운대 입구의 바른치킨 현모점(7호점)이 차례로 오픈을 했다. 처음에는 공유냉장고를 설치하고 잘 운영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지역 분들의 큰 관심과 후원, 참여로 빠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잘 정착하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 홍성공유냉장고를 오픈하는 데에는 많은 분들의 후원과 노력이 있었다. 특히 공유냉장고 이야기를 듣고 선뜻 냉장고 4대를 후원해 주신 에덴재가노인복지센터 김순옥 대표가 없었다면 홍성공유냉장고는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현금 100만원을 후원해 주신 서울의 어느 독지가, 6, 7호점의 냉장고를 기부해 주신 홍성신협 김민겸 이사장, 플라스틱 용기를 후원해 주신 청년사업가 기가팩 황다빈 대표, 냉장고 홍보물을 지원해 주고 있는 ㈜선우 유재중 대표, 각 공유냉장고마다 예쁜 집을 지어주고 계신 자원봉사자 선생님, 냉장고에 누군가를 위해 사랑의 음식을 채워주고 계신 보이지 않는 기부자 여러분, 그리고 각 호점의 관리자 분들, 이런 분들이 홍성공유냉장고를 만들어가고 있는 진정한 주인공들이다. 여기에 더해 홍성군자원봉사센터와 홍성YMCA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냉장고 관리자 모집에서부터 설치, 홍보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해 오고 있다.

홍성 공유냉장고 운영자들.

처음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에서 시작된 공유냉장고가 이제는 공동체를 복원시키고 마을공동체를 활성화 시키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찾아내어 행정에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의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고, 나눔의 실천을 통해 공유의 가치를 전파하는 공동체운동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또한 먹거리의 공유를 통해 관계 맺음의 가치를 실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홍성공유냉장고가 사랑이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홍성공유냉장고가 마을 곳곳에 생겨날 수 있길 소망하며, 공유냉장고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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