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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거리두기' 자발적 협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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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거리두기' 자발적 협력 절실
  • 홍성신문
  • 승인 2021.09.19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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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추석은 3일 연휴로 정착되면서 4000만 인구 절반 이상이 고향으로 향했다. 그 때만 해도 9시 뉴스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문을 열었다. 2021년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던 여름은 꼬리를 감추고 이슬도 차가워지는 가을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서늘하지만 풍요로운 추석이 되니 관성처럼 ‘민족의 대이동’을 고대한다.

그런데 올해도 코로나는 마음은 가깝고 몸은 멀리 ‘거리두기’와 ‘흩어지기’를 권고하고 있다. 고향 마을 어귀에 붙여진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처럼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고 강조하고 있다. ‘흩어지라’고 권고하는 현실에서 안아야 따뜻한 고향을 어떻게 느끼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디어도 대면접촉의 느낌을 반영하기 위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로 발전하고 있건만, 실제 인간세상은 접촉하지 말라고 하니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미디어로 중재되는 만남이 추석과 고향의 아우라를 구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조상과 가족과 고향에 관여하고 참여하여 뭉치는 단결과 소속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직도 우리는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추석과 고향은 전염으로부터 보호해야할 청정지대처럼 인식되고 있다. 조상도 중요하고 가족의 만남도 소중하고, 고향의 향기도 그립지만 지금은 그리움을 접고 자발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 듯하다.

옛날 1582년 초간 권문해의 일기에는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퍼져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기록되었다. 이때에도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환자가 발생하면 거리두기가 최선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이스라엘의 이상적인 왕인 ‘다윗’도 역병으로 7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최선의 방법은 병을 전파하지 않기 위해서 안 만나는 것이었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정부가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인간 존중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권력이 역병을 통제할 순 없다. 궁극의 효과는 시민의 자발적인 협력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면 기억도 희미해지고 세상살이 오고 가는 정도 무뎌질까 두렵다. 코로나19는 ‘마음은 가깝게 몸은 멀리’를 실천하라고 한다. 조상과 부모가 있는 뿌리의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영혼의 집(home)이 호명되듯이 대문 옆 감나무 홍시를 떠올리며 따뜻한 한가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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