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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질 이유 하나도 없다…유기견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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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질 이유 하나도 없다…유기견에 관심을”
  • 윤종혁
  • 승인 2021.09.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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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돌봄 자원봉사자 진락희 간호사

길을 잃고 쓰러진 90대 할머니 곁을 이틀간 지키며 구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강아지 ‘백구’가 지난 6일 대한민국 첫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됐다. 백구는 홍성 서부면 송촌마을에 사는 김모 씨의 반려견이다. 유기견이던 백구는 3년 전 큰 개에게 물려 어려움을 겪다가 김 씨에 의해 구조됐다. 이후 백구는 김 씨 가족과 함께 살다가 김 씨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은혜를 갚은 것이다. 백구의 사연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유기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홍성의료원 진락희(49) 간호사는 어려서부터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고양이 여섯 마리와 강아지 네 마리가 집에서 진락희 간호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길고양이와 유기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오래전부터 길고양이를 돕는 활동을 하다가 2년 전 우연히 홍성에 유기동물보호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홍동면 수란리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는 홍성의료원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이다. 진락희 간호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아 유기견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에 빠져들었다.

매일 유기동물보호소 찾아 간식과 약 챙겨

지난 13일 오후 1시 10분. 진락희 간호사 자동차가 주차장에 들어서자 마당에 있던 30여 마리의 강아지가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었다. 차에서 내린 진 간호사는 익숙한 듯 우리에서 물과 사료를 담는 그릇을 꺼내 씻고 냉장고에서 간식과 약을 꺼내 정성스레 그릇에 담았다. 강아지 건강 상태에 따라 간식과 약의 종류가 달랐다.

30여 마리 강아지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간식과 물을 줬다. 강아지들은 진 간호사의 말을 알아듣는 듯 했다. 누가 봐도 진 간호사가 강아지들의 주인 같다. “심장사상충에 걸린 유기견은 하루에 두 번 약을 꼬박꼬박 줘야 합니다. 비용도 70만원 정도가 들고 두 달 정도 꾸준히 약을 먹어야 나을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의료원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일 유기동물보호소에 오고 있습니다.”

유기견을 위한 약과 간식은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SNS를 통해 유기견 후원을 요청하면 전국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 진 간호사와 함께 정기적으로 홍성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아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은 3명이고, 15명 정도가 주말에 보호소를 찾고 있고 학생들이 틈틈이 자원봉사를 해 주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제일 힘든 점은 유기견에 대한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이다. “유기견은 성격과 습관이 안 좋고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기견이기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아프니까 누군가 버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버려져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또 하나는 비용 문제다. 홍성군에서는 유기견에 대해 치료비와 사료 값을 포함해 한 마리 당 일정 금액을 10일 동안 지원한다. 10일이라는 보호기간 안에 누군가에게 입양되면 좋겠지만 보호기간이 끝나면 안락사 위기를 맞게 된다. 안락사를 막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현재 15마리를 집으로 데려가 임시보호하고 있다. 부족한 치료비와 사료 값은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어린 강아지의 경우 예방접종이 필수인데 강아지 수에 비해 지원금이 부족합니다. 현재도 태어난 지 40일 안 된 강아지가 여러 마리 있습니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예방접종이 다 끝난 유기견을 원합니다. 예방접종이 입양의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유기견 입양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홍성군에서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홍성유기동물보호소에는 태어난지 40일 되지 않는 강아지도 있다.

“정기적으로 유기견 입양 행사 개최됐으면”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안락사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홍성군 유기동물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는 658마리의 유기견 중 31%가 안락사 됐다. 입양은 40%다. 지난해는 731마리의 유기견 중 29%가 안락사 됐고 입양은 42%이다. 올해는 지난 14일까지 382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했는데 안락사가 3%이고 입양은 52%로 늘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동물보호소에 들어온 기간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왜 죽어야 합니까. 열심히 치료하고 잘 보살펴서 좋은 곳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유기견에 대한 정책 변화가 필요합니다. 유기견 입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진락희 자원봉사자는 유기견 입양이 활발히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반려견으로 평생 살아가길 희망한다. “현재는 유기견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홍동면 유기동물보호소까지 와야 합니다. 몇 년 전 역사인물축제 공간에서 유기견을 알리는 행사를 했는데 1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으는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행사를 열어 유기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입양 문화가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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