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추석 이야기> 이억배 글 그림 / 길벗어린이
추석입니다. 우리 그림책이 질적,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기에 또 다른 추석 그림책이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습니다. 의외로 맘에 드는 그림책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1995년에 출판된 이억배 작가의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30~40년 전, 우리 추석을 나열하듯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석 맞는 분주함, 시골 가는 꽉 막힌 도로, 보름달 아래 송편 빚기, 아침 차례와 성묘, 농악대의 흥겨움, 저무는 추석, 지친 몸으로 돌아오기, 도착 후 전화 드리기까지의 모습을 잘 나타냈습니다. 우리 추석을 솔이의 색동저고리와 함께 보여 줍니다. 이 색동저고리가 매력적이었을까요? 미국에 출판되어 우리 추석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처음 봤을 때 둘째를 업은 솔이 엄마가 마음에 쓰였고 그 후 이 그림책을 찾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솔이가 할머니댁에만 다녀오고 외할머니를 만나는 내용은 없습니다. 친정도 못 간 채 끝나 버린 이야기가 못마땅했습니다.
올해 다시 이 그림책을 보니 새로이 보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모두 돌아가는 날, 온 식구가 잠든 어두운 집에 유일하게 불 켜진 곳이 있습니다. 부엌입니다. 할머니가 아궁이 앞에 앉아 계십니다. 마당 너른 이 집을 무탈하게 이끄는 중심은 할머니였습니다.
이 장면은 추석을 알리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님에도 작가는 표현했습니다. 온 가족이 누린 추석의 풍요로움은 할머니의 희생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봉사와 희생으로 살아갑니다. 가족의 경우 일방적인 봉사와 희생을 당연히 여기기도 합니다.
올해도 조용히 보내야 하는 추석입니다. 우리의 할머니는 그림책처럼 과일, 참기름, 호박들을 싸놓고 얼굴 볼 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당연히 먹었던 송편이나 나물들이 그립다면 감사의 말을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전화 드리기로 추석을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안부인사로 끝이 난 고유의 명절 추석이 안타까웠어요.
추석의 의미를 잘 알수 있는 책이라 아이들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소개해주셔서 반가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