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1:23 (목)
<우리동네 생활사투리-51> “땅그지”
상태바
<우리동네 생활사투리-51> “땅그지”
  • 홍성신문
  • 승인 2021.09.19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고만 줏어먹어. 넘부끄럽지도 않냐? 너는 워째 술만 췌면 땅그지가 되냐.

-저니: 그러게 자슥아, 왜 아까운 광밥(튀밥)을 흘려서 나를 땅그지로 맹글어?

<땅그지>는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먹는 거지’를 말한다. 충청도에서는 거지를 ‘그지’라고 하는데 ‘남에게 빌어먹고 사는 사람’을 뜻하고, 한자로는 걸인(乞人)으로 표현하며, ‘걸(乞)’과 ‘어치(사람)’가 합쳐진 형태로 본다.

‘빌어먹는’다는 것은 ‘빌려서’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 구걸해서 ‘거저 얻어먹는’것을 말한다. 먹고살기 어려운 시대에는 도둑도 많고 거지도 많았다. 구걸이나 동냥을 못할 때에는 쓰레기를 뒤지거다 땅에 떨어진 것이라도 주워 먹어야 했고, 이러한 거지의 모습에서 ‘땅그지’가 생겨났다.

얻어먹고 사는 거지들에게는 하루 세끼의 고정된 식사가 힘들었다. 때문에 한번 먹을것이 생기면 최대한 많이 먹어두어야 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때에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거지’는 ‘빌어먹을’과 함께 욕설로도 많이 쓰인다. ‘거지같은 소리·놈·세상’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의 거지는 비렁뱅이 대신 ‘노숙자’라고 고상하게 말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나타내는 ‘벼락거지’도 등장했다. 한편 ‘상그지’도 있는데, 이는 거지 중에서도 가장 거지 같은 자, 톱클래스 거지를 지칭하는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