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8:41 (금)
거리의 파수꾼…“홍성 발전 보탬 됐으면”
상태바
거리의 파수꾼…“홍성 발전 보탬 됐으면”
  • 윤종혁
  • 승인 2021.09.06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택시 운전하며 홍성 곳곳 살피는 김성수 씨

홍성읍 내법리 김성수(63) 씨는 거리의 파수꾼이라 불린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홍성 곳곳을 살핀다. 문제점이나 미담이 있으면 SNS를 통해 공유하고 홍성신문에 제보한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일 새벽에도 홍성 곳곳을 다니며 재난 예방을 위해 노력했다. 김 씨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나의 역할이 있다. 지역에 대한 관심이 홍성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1990년 11월 개인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가족을 부양하며 3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김 씨가 홍성 구석구석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을 시작했을 당시 농촌 노인들이 주로 택시를 이용했다. 지금은 농어촌버스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버스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할 경우가 많았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대화를 많이 나눴다. 대화를 나눌수록 노인들의 지혜에 감탄할 때가 많았다.

노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보니 세상에 대한 눈이 조금이 떠졌다. 농촌 쓰레기 문제가 눈에 들어왔고, 도로를 오가는 농기계의 위험성을 알게 됐다. 노인들이 왜 병원을 자주 다니는지 알게 됐고, 고령화 된 농촌의 미래가 걱정됐다. 문제점을 혼자 해결하기란 쉽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언론에 제보하다 보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래전 시골 마을에 사는 노인을 태운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생활이 어려운데 복지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아님을 알게 됐다. 김 씨는 노인의 사정을 파악한 후 공무원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에게 자문을 받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이후 노인은 지원받는 대상자가 됐다. 지금도 그 노인은 김성수 씨에게 ‘우리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고마워하고 있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다 보면 문제가 풀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택시를 몰면서 홍성 곳곳을 누비고 다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습니다. 10대부터 80세 넘은 노인까지 다 만나기 때문에 세대 차이도 별로 못 느낍니다. 앞으로도 택시 운전을 하는 동안 홍성에 대한 관심의 끈을 절대 놓지 않을 겁니다.”

“폐지 줍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김성수 씨는 요즘 폐지 줍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핀다. 폐지를 줍는 대부분이 노인들 또는 장애인들이다. 김 씨는 한여름에 시원한 물 10여 병을 택시에 싣고 다닌다. 거리에서 우연히 폐지 줍는 사람들을 만나면 택시에서 내려 시원한 물을 건넨다. 고갯길이 있으면 폐지를 담은 리어카를 밀어주기도 한다.

“제가 관심있게 살펴서 그런지 몰라도 폐지 줍는 사람들이 홍성에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 노인들이거나 장애인들 입니다. 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대책도 필요합니다.”

가족을 위한 운전대를 잡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인생의 절반을 택시와 함께 했다. 김성수 씨는 택시를 운전하며 지금이 제일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고 말한다. 김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택시를 타는 손님들 중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전자들도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운전을 하다 보니 귀에 물집이 생길 정도다. 승객도 코로나 발생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너나없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행정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홍성군 택시 산업 발전을 위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성수 씨는 “하나로 돼 있는 홍성·예산 택시사업구역을 하루빨리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홍성군과 예산군의 택시사업구역이 하나로 되면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고 택시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눈치보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하다 보니 건강을 잃었지만 후회는 없다. 김성수 씨의 꿈은 지금처럼 한눈 팔지 않고 운전을 할 수 있는 순간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김성수 씨는 오늘도 꿈을 위해 홍성 곳곳을 살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