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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한과 향기 넘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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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한과 향기 넘치는 마을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8.29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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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읍 죽림마을

가난한 마을 한과로 부흥

죽림마을은 광천읍 월림리에 위치한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는 죽림마을 한과를 알리는 커다란 광고판으로 이곳의 명물이 한과임을 짐작할 수 있다.

황선항(80) 이장에게 마을 자랑을 해 달라고 하자 “마을에 자랑거리는 한과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국에 한과로 알려져 방송에도 여러 차례 나온 곳이지만 정말 한과 외에는 마을에 특별한 장소나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을에서 한과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마을에서 한과를 만들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죽림마을은 홍성군에서도 열악하고 못 사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황 이장이 이장직을 맡으면서 마을을 부흥시킬 만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한과 만들기였다. 이전까지 죽림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부수입을 위해 한과를 조금씩 만들어 오고 있었다. 주민들이 함께 한과를 만들어 팔면서 죽림마을 사람들은 쏠쏠한 수입으로 살기 넉넉해졌다.

외국에서도 찾는 한과

죽림마을 주민들의 정성이 담긴 한과는 히트 상품이 됐다.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와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죽림마을한과는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한과의 맛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멀리 미국에서 3만원이 넘는 운송비용을 내면서까지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마을이 한과로 유명해지면서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됐다. 공중파 이외에도 연예인 등이 계속 방문해 한과생산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고 한다.

죽림마을한과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황 이장은 한과를 20년 가까이 만들었지만 이제 한과에 대해 알 것 같다고 한다. 그만큼 한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물엿이 조금만 질거나 되거나 해도 쌀을 전부 버릴 수도 있다. 그동안 마을주민들도 상당한 쌀을 상품으로 팔지 못하고 버리는 것을 반복한 끝에야 오늘의 죽림한과의 맛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한과 명맥 잇는 것 고민

전에는 마을주민 모두가 한과 만들기에 매달렸지만 지금 현재 한과 만드는 사람은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나이 많은 주민들이 하나둘 일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마을에는 64명,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죽림마을도 고령화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마을에는 젊은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한과 만들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른 하나는 수익성 악화다. 올해만 해도 한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름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처음 한과를 만들 때 8만원이던 쌀가격도 이제는 20만원이 넘는다. 그렇다고 한과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다. 그나마 아직 농한기 품값 정도는 나오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때문에 황 이장은 “젊은 사람이 와서 한과를 잇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과로 넉넉해진 마을이라서인지 주민들이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다.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주민들이 여가를 재미있게 보낼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마을회관에는 체조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나와 마을 노인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참가했었다고 한다. 움직이니 허리도 덜 아프고 재미도 있어서다. 하지만 강사가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둔 이후로 마을회관도 조용해졌다. 이제는 회관에 모여도 멍하게 보내기 일쑤다. 그래서 주민들을 위한 활동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하는 게 주민들의 유일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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