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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혼 일깨워 주던 동명학교터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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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혼 일깨워 주던 동명학교터 우물
  • 홍성신문
  • 승인 2021.07.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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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생명수, 마을 샘을 찾아 11
송정마을 우물터
우물 안 모습.
송정마을 들밑 골짜기 모습. 논 끝머리에 우물이 있다.

우리고장 홍성군 홍동면 팔괘리 송정마을에 매우 의미있는 우물이 전해온다. 우리나라 개화기에 송정마을에 세웠던 동명학교터 우물이다. 송정마을 우물이 위치한 곳은 ‘들밑’이라고 부르는 야트막한 산 아래 골짜기다. 우물 뒤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넘어가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있다.

우리나라 개화기에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은 선각자들은 전국 곳곳에 많은 학교를 설립했다. 이 시기에 우리 홍성에도 지역유지들의 노력으로 크고 작은 학교가 여러 곳에 세워졌다. 홍성지역에는 개화기를 전후하여 팔명학교(八明學校)가 있었다고 한다. ‘명(明)’자 돌림의 이름을 붙인 학교가 여덟 곳에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현재 팔명학교는 대부분 그 지역의 초등학교로 발전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팔명학교는 암울했던 시절 미래를 짊어진 후손들에게 신학문과 민족혼을 일깨워주던 교육운동의 상징이기도 하다. ‘동명학교(東明學校)’는 1920년에 홍동면 팔괘리 송정마을에 세워졌다. 당시 홍동지역의 유지였던 故 이병우(李丙雨) 씨의 노력으로 세워진 학교였다. 동명학교는 현 홍동초등학교의 전신이기도 하다.

홍동이 고향인 이동의 전 홍성교육지원청교육장은 동명학교터를 지날 때마다 수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떠오른다. 어머니를 차에 모시고 송정마을 앞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한마디씩 하시곤 했다. “내가 어릴 때 십 여리를 걸어서 다니던 학교가 있던 자리여. 저기 저 언덕 쪽에 학교가 있었어”하시며 옛 생각에 잠기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한다.

옛날 동명학교 주변으로는 과수원이 있었고 옆에는 교회도 있었다. 과수원은 밭으로 변했고 교회는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옛날 모습이 남아있는 것은 우물뿐이다. 옛 시절 송정마을 우물은 마을사람들이 모두 사용하던 공동우물이었다. 동명학교 학생들도 이 우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쉬는 시간이나 청소시간이면 쪼르르 달려 나와 우물물을 퍼 올리던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주변을 뒤덮었을 것이다. 지금은 산속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다.

2017년에는 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방치되다시피 하던 우물을 복원했다. 우물에 지붕도 해놓았고 두레박도 만들어놓았다. 등산로를 오가는 길손들이 마음 놓고 사용하며 갈증을 해소하라는 배려이다.

그러고 보니 학교터와 우물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깊은 뜻이 있는 것 같다. 동명학교를 세운 뜻은 진리를 탐구하고 나누며 우리 사회를 밝고 이롭게 만들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우물물을 마음껏 나누어 먹듯이, 진리를 나누어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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