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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 산업 발전 한 축 담당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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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 산업 발전 한 축 담당 자부심
  • 윤종혁
  • 승인 2021.06.19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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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운반업 천직이라 여기는 문대기 씨

38세에 새로운 인생 도전

‘오늘 저녁 일 끝나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할까?’ 힘들고 지칠 때 돼지고기는 소소한 행복을 건네준다. 돼지고기가 우리네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사람들과 땀과 노력이 스며들어 있다. 열심히 키운 사람뿐 아니라 돼지를 도축하는 사람들도 있고, 유통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육 농장에서 도축장까지 운반하는 사람들도 있다. 홍성읍 문대기(48) 씨는 10년째 축산물운반업에 종사하고 있다.

문대기 씨는 홍성군산림조합에서 약 7년을 일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커 가면서 직장생활이 아닌 본인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문 씨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광천읍 운용리에서 돼지를 키웠다. 돼지는 문 씨에게 친숙한 동물이었다. 고민 끝에 돼지를 옮기는 축산물운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38세인 2011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축산물운반업은 내가 하고 싶다고 무작정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부를 해서 면허 자격을 따야 했다. 차값만 1억원 이상 되는 5톤 트럭을 구입해야 했다. 태어나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아는 것이 없어서 다른 사람 밑에서 차근차근 일을 배워야만 했다. 묵묵히 참고 견디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 갔다.

농장주들과 안면을 트고 조금씩 신뢰가 쌓이면서 농장과 직거래로 운송을 하게 됐다. 현재는 홍성과 보령에 있는 돼지사육농장 7~8곳과 꾸준한 거래를 하고 있다. 축산물운반은 주로 새벽에 일이 이뤄진다. 빠른 날은 새벽 3시에 집을 나서야 한다. 농장에 도착해 소독을 하고 돼지를 싣고 농장에서 거래하는 육가공공장까지 운반해야 한다. 육가공공장은 가까이 광천 홍주미트를 비롯해 논산과 공주, 천안, 충북 충주, 경기도 등 전국에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일 끝나면 장화 속 땀 흥건

돼지를 옮긴다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차에 약 120kg 돼지를 최대 90마리까지 싣는다. 죽는 돼지가 없도록 안전하게 옮기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운전할 때도 돼지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급브레이크 방지 등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 특히 더위에 약한 여름철에는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돼지를 싣고 계류장에 가서 무게를 재고 도축장에서 순서를 기다려 돼지를 내려놓으면 보통 5시간 정도가 걸린다.

농장에 도착하면 돼지를 싣기 전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장화를 싣는다. 방역복 위에 우의를 입는다. 돼지를 차에 옮겨 싣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일을 끝내고 장화를 벗으면 장화 속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을 정도다. 발 습진은 몸의 일부분과 같은 정도가 됐다.

돼지를 옮기다보니 어쩔 수 없이 돼지 냄새가 몸에 배는 경우가 있다. 냄새 때문에 돼지를 옮기면서 식당에서 밥 먹기가 쉽지 않다.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기도 부지기수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속옷까지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기도 한다. 힘들고 고되지만 한돈 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으로 문대기 씨는 오늘도 새벽에 집을 나선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돼지를 싣고 가서 도축장에 돼지를 내려놓으면 반드시 세차를 하고 소독을 해야 합니다. 여름에는 더워도 그럭저럭 참을 수 있는데 겨울에는 수도가 얼어서 세차를 제 때 못할 경우도 있습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세차를 하고 소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겨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축사가 산에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눈이나 비가 오면 운전하기도 쉽지 않지만 한 번도 이 일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한돈 산업 발전 위해 함께 노력”

문대기 씨처럼 홍성에서 돼지를 전문적으로 운송하는 사람들은 약 50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문 씨는 여건이 허락된다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법인을 만들어 일을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문대기 씨는 “어려서부터 돼지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돼지가 너무나 친숙하다. 축산물운반이라는 일이 어렵지는 않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하나하나 풀어가고 싶다. 홍성에서도 이제는 2세 경영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한돈 산업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축산물운반업도 홍성군 한돈 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씨는 힘이 닿는 순간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을 생각이다. 새벽이 일어나 운전한다는 것이 고되기는 하지만 땀 흘려 일하고 일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농장주들로부터 돼지를 잘 운송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낍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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