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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세월,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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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세월,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 윤종혁
  • 승인 2021.06.14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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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여고 양궁부 공준식 감독
공준식 감독은 13년 세월을 끝으로 올해 홍성여고 양궁부 감독에서 물러난다.
 

2000년 첫 양궁부 감독 부임

홍성여고 양궁부 선수들이 지난달 전북 임실서 열린 제42기 화랑기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시상식에서 양궁부 공준식(60) 감독은 벅차오르는 감격에 목이 메이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오늘의 영광을 위해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린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 감독은 40대 초반인 2000년 홍성여고 양궁부 감독을 맡게 됐다. 체육교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체육교사 선배인 전완수 교사가 강력하게 권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독직을 수락하게 됐다. 전완수 교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조순, 윤혜영을 가르친 장본인이다. 공 감독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감독을 맡았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홍성여고 양궁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감독직 제의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3년 시절은 선수들 앞날을 좌우하는 너무나 귀중한 시간입니다. 어떤 실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선수들 일생이 바뀔 정도인데 양궁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에게 감독을 맡으라고 하니 어떻게 넙죽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전완수 선생님의 간곡하고도 끈질긴 집념 때문에 감독을 맡게 됐는데 돌이켜 지금 생각해보니 13년 이라는 세월이 힘들었지만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올림핌 금메달리스트 이성진 선수 키워

감독이 되기 전까지 양궁을 가까이 한 적이 없기에 공준식 감독은 누구보다 열심히 양궁에 대해 배우며 선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선수들에게 물어보고 배웠다. 몇 시간씩 선수들 활 쏘는 것을 지켜보며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조금씩 양궁을 이해하고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양궁은 기록경기다. 공 감독은 기록을 높이기 위한 제일 중요한 자질이 정신력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높이기 위해 캄캄한 밤에 공동묘지에도 갔고, 선수들과 번지점프를 하기도 했다. 해병대 동계 캠프에도 참가하고 산악 등반도 자주했다. 또한 실력 못지않게 선수들 인성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공준식 감독이 양궁부 연습장에서 선수들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고 있다

여러 선수들이 공 감독에게 양궁을 배웠고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다. 감독에게 지금도 있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면 바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성진 선수다. 홍성여고 양궁부에 진학한 이성진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이듬해 올림픽에서 세계 선수들과 겨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이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홍성읍 소향리 이성진 선수 집 마당에는 대형 TV가 설치되고 잔치 분위기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성진 선수는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윤미진·박성현과 함께 팀을 이뤘다. 이성진 선수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공준식 감독은 이 선수가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긴장했다. 활 쏘는 자세에서 이성진 선수의 점수가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성진 선수가 당당하게 금메달을 땄고 홍성 군민들에게 기쁨과 환희를 선물했다. 이성진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메달 2관왕을 차지했다.

“성진이가 고등학교에서 활을 쏘면서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도 부족한 점이 보였습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면 같이 기뻐해 주고 격려해 줬지만 성진이에게 만큼은 격려보다는 부족한 점에 대한 채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불평 없이 힘든 과정을 잘 따라 줘서 지금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원활한 선수 확보 이뤄졌으면”

공준식 감독에게는 이성진 선수와 함께 2016년도 함께 뛴 선수들도 잊지 못하는 제자들이다. 이보영(3학년)·심민주(3학년)·김세연(3학년)·박재희(2학년) 선수로 구성된 홍성여고 양궁부는 전국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37회 화랑기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고 박재희 선수가 개인전 우승을, 심민주 선수가 60M와 50M, 30M에서 1위에 올랐다. 대통령기 전구대회에서 여고부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홍성여고 양궁부 선수들과 공준식 감독. 사진 왼쪽부터 김민지 선수, 한솔 선수, 공준식 감독, 조현채 선수, 김채현 선수.

“그때만 해도 전국에서 홍성여고 양궁부는 천하무적이었습니다. 대회에 출전하면 다른 학교 감독들이 홍성여고를 부러워했고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세심히 지켜볼 정도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뒤 대회에 출전할 선수가 없어 단체전 경기에 2년 동안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충남에는 홍성여중에만 여자선수를 위한 양궁부가 있다. 실력을 갖춘 선수를 제때 구하지 못한 홍성여고 양궁부는 선수 확보를 위해 경기도 등 다른 시·도에서도 선수를 데려왔지만 홍성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좌절의 연속이었지만 공준식 감독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55년의 역사를 간직한 홍성여고 양궁부를 이끌어오고 있다.

“홍성여고 양궁부 감독은 올해까지입니다. 선수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잘해주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수들이 꼭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감독은 올바른 선수로 키워내야 하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흘린 땀이 남은 인생을 결정할 정도로 무척이나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학교는 떠나지만 홍성여고 양궁부 발전을 위해서라면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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