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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키우는 ‘치유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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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키우는 ‘치유농장’
  • 홍성신문
  • 승인 2021.04.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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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희망찾기 6
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장

사회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개인이나 집단 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점점 벌어지는 빈부의 격차와 정보격차, 그리고 이러한 문제에서 기인하는 사회적 고립과 상대적 박탈감은 개인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넘어 사회적・집단적 스트레스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환자 기준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약 79만 6000명으로 2016년 이후 연 평균 7.3%씩 증가했다. 우울증 환자 3명 중 2명이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고, 통계청 ‘2019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하루 평균 37.8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과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10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적 생활에 대한 제약이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 자살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2020년에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연구’ 결과, 작년 9월 시점에서 국민 10명 중 4명(38.4%)이 경도 이상의 우울과 불안 증상을 경험했으며,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비율도 20.2%로 높게 나타났다.

우울증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와 심혈관질환,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에 따른 대면 돌봄 서비스 공백으로 장애인과 고령자,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코로나 블루’가 심화되고 있고, 한편으로 이들을 가정에서 돌봐야 하는 여성의 돌봄 노동 증가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홍동면에 위치한 '꿈이자라는뜰'. 농작업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정서 안정과 사회적 자립을 돕고 있다. 

지난달 18일, 내포신도시에 자리를 잡은 ‘마음두레연구소’에서 뜻 깊은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에 케어팜이 생긴다면?’ 이란 주제로 농업과 정신건강, 사회복지 영역이 만나 사회적 돌봄을 농장을 통해 실현해 보자는 취지의 자리였다. 이미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농업의 치유기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추진되어 왔고, 건강보험과 연계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치유농업을 체계화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농촌진흥청이 중심이 되어,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채소 씨뿌리기, 모종 심기, 꽃밭 가꾸기 등의 활동을 하면 우울감이 60%나 경감되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허리둘레 감소(2cm 가량), 나쁜 콜레스테롤(LDL) 감소(9.2%), 인슐린 분비기능 증가(47%),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28.1%) 등의 정신적・신체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검증해 왔다.

정부도 이러한 치유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0년 3월 24일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2021년 3월 25일 시행)해 치유농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해 갈 예정이다. 법 시행을 계기로 전국에 약 600여개 정도인 치유농장이 향후 약 3000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용자도 현재 30만명 정도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치유농장

우리 지역에는 홍동과 장곡에 ‘꿈뜰(꿈이자라는뜰)’과 ‘행복농장’이라는 치유농장이 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두 농장에서는 농작업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정서 안정과 사회적 자립을 돕고 있다. 홍성군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에서도 화분 만들기와 식물 키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농업의 치유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시설과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농업・농촌이 나서야 할 차례이다. 지역의 치유농장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연결고리가 되길 기대한다.

호주 세레스 사회적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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