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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교사의 철없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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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교사의 철없는 바람
  • 홍성신문
  • 승인 2021.04.1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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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일 내포중 교사

세상은 참으로 덧없습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제는 이렇게 늙어 버렸지요.
퇴직을 몇 년 앞두고
하나씩 명퇴를 하는 친구 선생님들은
그 힘겨운 학교를 뒤고 하고 허탈히 학교를 떠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상처를 입고 그리 하루를 연장합니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또 그렇게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학교에서
그리 밝은 아이들의 어려움을 접합니다.

왜 그리도 관계가 어려운지요.

나는 잘못이 없습니다.
있다면 너 때문이라 외치며 웃음을 잃고 미움의 상처를 곱씹습니다.

그리고는 서로 상처를 입고
학습과는 동떨어진 삶에 서로들 지쳐갑니다.
그리고 그사이에 부모들이 끼어 상처를 북돋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는 자본주의의 몸부림 속에서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서로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근데
이제 이거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
좀 손해를 보면 안 될까요?
아니 조금 내 아이가 아닌 친구를 믿어 주면 안 될까요?

학교는 그리 아름답지 않음을 압니다.
그런 학교생활 속에 이제 늙은 교사의 철없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학생들의 삶에 어느 것이 더 좋은 삶인지를
함께 탐색하도록 좀 보아주실 수 없는지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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