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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떨어지는 보름달 건져 올린 태몽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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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떨어지는 보름달 건져 올린 태몽 꿈
  • 홍성신문
  • 승인 2021.03.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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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생명수, ’마을 샘‘을 찾아서’를<1>

우리 고장 곳곳에는 예부터 마을의 생명수 역할을 하던 공동 샘이 있었다. 마을 샘에는 조상들의 희로애락이 담겨있고 다양한 전설과 많은 이야기가 함께 전해온다. 하지만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마을 샘은 대부분 사라졌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한 곳도 있다. 마을에 남아있는 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 격주로 ‘조상들의 생명수, ’마을 샘‘을 찾아서’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태몽설이 전해오는 서원말 우물 모습

우리고장 홍성군 홍북읍 노은리에 유명한 우물이 전해온다. 성삼문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 전해오는 우물이다. 노은리는 최영 장군과 성삼문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일설에 의하면, 1316년 최영 장군이 태어난 집에서, 102년 후인 1418년에 성삼문 선생이 태어났다고 전해온다.

노은리에는 상리와 하리 두 개의 자연마을이 있다. 상리마을에 성삼문 선생 관련 유적이 전해온다. 상리마을 중에서도, 성삼문 선생 유적이 전해오는 곳은 서원말이라고 부른다. 이곳에 옛날 노은서원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서원말 성삼문선생 유허비각 바로 앞으로 옛날부터 전해오는 우물이 있다. 마을이 생길 때부터 조상 대대로 사용하던 우물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최영장군과 성삼문 선생도 이 우물물을 마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원말 우물에는 성삼문 선생의 어머니 죽산박씨가, 성삼문 선생을 임신할 때 꾸었다는 태몽꿈 얘기가 전설로 전해온다.

노은리 서원말에는 현감을 지낸 박첨의 집에서 아기가 태어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박첨의 딸 죽산박씨가 조선시대 유명한 무인집안의 아들인 성승에게 시집을 갔다. 죽산박씨는 친정에 머물면서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죽산박씨는 보름날마다 마을 뒷산 닭제봉으로 떠오르는 커다란 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들을 점지해 달라는 소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다. 죽산박씨는 마을 앞 동네 우물터로 빨래를 하러 나갔다. 우물 안쪽으로 허리를 굽히고 팔을 뻗어 우물물을 뜨려는 순간이었다. “어머나! 이게 웬일일까? 빨간 달이 우물 속으로 떨어졌네!”

성삼문 이름 유래와 오동나무 이야기가 기록된 유허비.

하늘높이 떠오른 광채 나는 달이 빨간색으로 변하며 우물 속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빨간 달은 우물 속에 빠져서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아, 아, 달님! 제가 건져드릴게요!” 죽산박씨는 재빠르게 앞치마를 벗어서 빨간 달을 번쩍 건져 올렸다.

“아, 아, 달님!” 죽산박씨는 빨간 달을 품에 안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잠에서 벌떡 깨어났다. ‘이게 무슨 꿈이지? 혹시 태몽 꿈이 아닐까?’ 정말이었다. 그날 이후로 죽산박씨는 태기가 있었다.

열 달 후에 성삼문 선생이 태어날 때 일화도 재미있게 전해온다. 성삼문 선생이 태어날 때 하늘에서 “낳았느냐?”하고 세 번 물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아기의 이름을 ‘삼문(三問)’으로 지었다는 전설이다. 성삼문 선생이 과거에 급제했을 때, 마을사람들이 집 앞 오동나무에 북을 걸어놓고 둥둥 치며 좋아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이름 유래와 오동나무와 북 일화는 유허비의 내용 속에 기록되어 전해온다.

성삼문 선생의 이름 유래와 관련해서 마을에서 전해오는 얘기가 있다. 하늘에서 세 번 물었다는 유래가 실제로는 다른 형태로 전해오고 있다. 죽산박씨가 출산이 임박하여 진통을 시작할 때, 친정아버지 박첨이 아기의 사주팔자를 짚어보았다. 박첨은 부인에게 아기가 태어날 좋은 시간을 가르쳐주면서, 그때까지 아기의 출산을 기다리라고 일렀다.

홍북읍 노은리 서원말 모습.

하지만 산모는 아기가 금방 태어날 것처럼 심한 진통을 겪으며 몸부림쳤다. 박첨의 부인은 너무도 긴박하여 남편에게 소리쳤다. “지금입니까?” 방문밖에 서있던 박첨은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부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몸만 달아올랐다. 아기는 자꾸만 자궁 밖으로 밀고 나오려 했고, 산모는 진통을 못 이기고 몸부림 쳤다. 부인은 그때마다 다급하게 “지금입니까?” 하고 세 번을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의 뜻을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기가 자궁을 밀고 나오는 힘을 인력으로 어떻게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아기는 박첨이 가르쳐준 좋은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미리 태어나고 말았다. 아마도 아기가 박첨이 말한 좋은 때에 맞춰서 태어났더라면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하여 우리나라 역사도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안타까움 섞인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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