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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시민사회운동 지원센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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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시민사회운동 지원센터 필요
  • 홍성신문
  • 승인 2021.02.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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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장
고베학생청년센터 전경.

일본 고베시에는 ‘고베학생청년센터’라는 곳이 있다. 1950년대에 미국의 기독교 단체가 선교목적으로 건립한 교회를 아파트로 개발하면서 부지에 대한 지분으로 받은 1층 전체를 재단법인 고베학생청년센터가 사용하고 있다. 센터 내부에는 사무실과 숙박시설, 강당, 세미나실, 주방 등이 있어 숙박과 회의가 가능하다. 일본의 NGO단체들과 교류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의 농민단체나 시민단체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 센터를 방문해 봤을 것이다. 시민단체의 빠듯한 연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착한 숙박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센터 안에 있는 NGO단체들과의 교류도 꽤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유학을 했던 대학이 학생청년센터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참새방앗간처럼 학교를 오가는 길에 들러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일본어를 배우기도 하고, 수많은 지역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유학기간 내내 센터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센터에서는 1972년부터 ‘조선사 세미나’를, 이듬해인 1973년부터는 ‘식품공해 세미나’를 개최해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조선사 세미나를 통해서 시작된 한국어강좌는 센터의 다양한 강좌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는 수업이다. 또한 식품공해 세미나에 참석했던 주부들이 1974년에 ‘식품공해를 추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구하는 모임’을 만들어 효고현 지역의 유기농업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 외에도 시민을 대상으로 한 농업학교, 출판사업, 장학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역 시민사회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센터 내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단체는 ‘식품공해를 추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구하는 모임’과 ‘기독교단사 연구회’, ‘무궁화회’, ‘로코 카운셀링연구소’, ‘고베항에 있어서의 전시 조선인·중국인 강제연행을 조사하는 모임’, ‘고베와 남경을 잇는 모임’, ‘오존층 보호와 지구온난화 방지 국제포럼(INFOG)’, ‘고베 YMCA’ 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고베NGO협의회’, ‘간사이 NGO협의회’, ‘효고시민활동협의회’ 등의 시민운동단체에 회원단체로 가맹을 해 지역 시민운동조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베학생청년센터가 고베지역의 시민운동의 거점이 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지역의 풀뿌리 시민활동을 지원할 거점이 필요하다. 그 동안 지역의 풀뿌리 시민단체들은 정부와의 협치를 통해 정책 입안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고, 정부의 정책 집행에 대한 감시활동도 해 왔다. 건강한 정부는 건강한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

학생청년센터에서 매년 주최하는 헌책시장. 고베대지진 이후 아시아 지역의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모집활동인 헌책시장을 열어 그 동안 145명의 유학생에게 약 9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9억원 중 8억원이 헌책을 팔아 모금한 금액이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하면서 아쉽게도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풀뿌리 시민활동도 예전과 같지 않다. 시민사회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 간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시민사회들의 연대를 촉진하고,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우고, 인적 자원과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조직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민사회활동을 지원할 제도적인 대안이 중간지원조직이다. 여러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익활동지원센터나 NGO센터가 이러한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센터들은 운영비와 사업비는 물론이고 전문적인 활동가가 부족해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역할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민사회가 정부의 정책 파트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역량강화를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홍성에도 홍성YMCA와 환경운동연합, 홍성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식생활교육네트워크 등의 단체가 있지만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시민사회의 활동을 지원할 거점 센터의 설립과 지원에 홍성군이 나서야 할 차례이다. 좋은 정부는 좋은 시민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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