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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직접 겪은 홍성지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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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직접 겪은 홍성지진 이야기
  • 홍성신문
  • 승인 2021.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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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35
1978년 지진으로 붕괴된 홍주읍성 동쪽 성벽 모습. 사진제공=홍성문화원

홍성지진은 1978년 10월 7일 오후 6시 19분 52초에 발생했다. 홍성읍 중심에서 일어난 진도 5.0 규모의 큰 지진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는데, 홍성지진 이후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홍성지진은 한때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에도 실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홍성이 한때 지진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금도 외지인들 중에는 홍성을 생각하면 지진 이야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홍성지진은 홍성군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쪽으로 피해가 집중됐다. 홍성군청을 중심으로 홍성읍 오관리 부근이 지진의 진앙지로 알려졌다. 이때 홍성읍 일부지역은 지진피해로 상당수의 건물 파괴와 균열이 발생하고 유리창 등이 파손됐다. 문화재 사적 231호 홍주성곽 90m가 무너지고, 일시적인 정전과 전화 불통 현상이 있었다. 일부지역의 도로 지면은 손이 들어 정도로 균열이 생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필자는 홍성지진이 발생하던 시각에 양지다방에 앉아 있었다. 지금의 홍성 복개주차장 길 건너편에 있는 농협은행홍성군지부와 홍성농협 하나로 마트자리는, 홍성 지진 당시에 홍성 버스터미널이 있었다. 농협군지부 길 건너편 다비치안경 자리가 옛날 양지다방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은 길 건너편 양지다방에 앉아서 버스시간이 될 때까지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필자는 지진이 나던 시간에 양지다방에서 수덕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마침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에 여유롭게 친구들과 수덕사로 1박 2일 바람을 쐬고 올 예정이었다. 버스는 막차여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긴 시간을 버스터미널에 앉아있기가 지루하여 양지다방으로 들어갔다. 해가 떨어진 시간이어서 다방 안에는 전깃불이 환했다. 다방에서 커피를 시키고 30여 분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르르, 쾅….” 갑자기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가 다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전기불이 꺼졌다. 온몸에 전해지는 느낌이 이상했다. 비행기가 지나가거나 멀리서 군인들이 포 쏘는 소리와는 분명히 달랐다. 온몸이 앞뒤로 흔들리고 땅을 울리는 진동소리의 여운이 계속 남아있었다. 순간적으로 ‘지진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덜컥 겁이 나서 다방 밖으로 뛰어나왔다. 홍성시가지는 온통 암흑이었다. 시가지 전체가 전깃불이 끊어진 것이었다. 큰길을 지나다니는 자동차 불빛만이 시가지를 밝혀주고 있었다. “지진이다! 지진이다!” 누군가 지진이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거렸다.

전깃불은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서 다시 들어왔다. 다방으로 다시 들어왔더니 천장에 장식으로 붙여놓은 판자들이 몇 군데 떨어져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필자와 일행들은 호기심으로 홍성읍 시가지를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버스시간이 다 돼서 포기해야 했다.

수덕사행 버스가 들어와서 차에 올라갔다. 버스 안에서도 사람들이 지진 얘기로 시끌벅적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장소에서 지진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어느 집에 쌓아놓은 연탄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는 둥, 가게에 진열된 술병들이 모두 떨어져서 피해가 심하다는 등, 어느 집에 오래된 담장이 무너졌다는 등, 모두가 지진 얘기들뿐이었다. 본인들 눈으로 직접 확인한 내용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직접 본 것처럼 시끌벅적 했다.

버스가 출발할 무렵에 라디오 방송에서 갑자기 “긴급뉴스를 전해드립니다”라는 아나운서 멘트가 흘러나왔다. 곧 이어서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충남 홍성에서 오늘 오후 6시 19분 52초에 진도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정규뉴스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라며 홍성지진 소식을 여러 번 반복하여 알렸다.

필자는 속으로 ‘참으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빠르게도 전해지는 세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홍성지진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세상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지만, 지진의 경험은 색다르기만 했다. 그것도 지진의 진앙지 중심에서 겪었던 경험이어서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는다.

지진 후에 복원된 홍주읍성의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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