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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애경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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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애경사 문화
  • 윤종혁
  • 승인 2021.01.10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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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조의금 계좌이체 자리잡아
손님 위주 아닌 가족 행사로 변화

코로나19가 애경사 문화를 바꿔내고 있다.

홍성의 한 사회단체장은 최근 딸 결혼식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결혼식이 서울에서 열리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하객들의 참석이 제한됐다. 예식 당일 준비한 전세버스를 취소했다. 고민 끝에 지인들에게 문자로 계좌번호를 보냈다. 돈 때문에 계좌번호를 보낸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주위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마음에 위안을 받았다.

이달 중순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은 결혼식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찌감치 호텔 예식장을 예약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예비신랑은 “코로나19 이후 주위에서도 결혼식 자체를 안 하는 부부들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읍에 사는 강민수 씨는 지난달 말 친구 아버지 부고 소식을 들었다. 빈소는 대전이었다. 강 씨의 문자메시지에는 ‘코로나19로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루고자 합니다. 마음 전하실 분들을 위해 부의 계좌 공유합니다’라는 내용이 남겨졌다. 강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에 가는 것이 부담이 됐는데 상주가 먼저 오지 말라고 연락해서 조의금을 계좌이체로 보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남짓 이어지면서 생활에 많은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결혼식과 장례식 방문이다. 코로나19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 되면 예식장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혼주와 인사를 하자마자 번잡한 예식장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음 예식이 열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예식장 방문이 아닌 계좌이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부고 소식을 접하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찾아가는 것이 미덕이었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의금 뿐 아니라 조화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문화처럼 인식됐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장례식장 방문도 30분 이상 머물지 않아야 하고 조문객들이 식사를 할 때 지그재그로 앉거나 한 방향으로 앉아서 먹어야 한다. 조문객 수가 적어도 흉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청운대 교양대학 김경수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 애경사 문화가 손님이 아닌 가족 위주로 바뀌고 있고 애경사에 대한 예의범절 또한 바뀌고 있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변화의 폭과 속도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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