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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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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30
  • 홍성신문
  • 승인 2020.11.2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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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한유도 주인공 전일상 장군과 나주영장 시절 일화

지난 2011년 KBS ‘진품명품’ 프로그램에서, 우리고장 담양전씨 문중 소장품인 석천한유도(石泉閒遊圖)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 당시에 석천한유도는 감정가격 15억원으로 진품명품 방송 사상 최고가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석천한유도는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 거북이마을 출신 석천(石泉) 전일상(田日祥, 1700~1753)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풍속화다. 그림 속에는 정자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전일상 장군의 우람한 체구와 호방한 기질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손끝에 들고 있는 매 한 마리, 정자 기둥에 걸려있는 괘도 한 자루, 정자 아래에 한가로이 서있는 말 한 마리와 마부, 심부름 하는 여인 등이 무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석천한유도의 주인공 전일상 장군은, 우람한 체격이나 생김새 못지않게 용감무쌍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특히 나주영장 시절에 주민들을 괴롭히던 도적떼들을 일망타진했던 일화가 재미있게 전해온다. 이 얘기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시문집인 ‘수산집(修山集)’과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 등에 기록되어 전해온다.

전일상이 나주영장을 역임하던 해가 1727년(영조 3년)이었다. 당시 나주에는 도적떼들이 많았는데, 전일상은 도적떼들은 물론이고 그들과 내통하는 자들을 혹독하게 다뤘다. 이에 주변 도적떼들은 나주영장 전일상에 대한 반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전일상은 도적떼들의 자신에 대한 반감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반감을 역이용하여 도적떼들을 일망타진 할 계책을 세우고 행동에 돌입했다.

전일상은 깊은 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홀로 도적떼들이 은거하는 산중으로 들어갔다. 도적떼들이 몰려있는 반대편 산등성이로 올라가서 크게 소리쳤다. “내가 나주 영장 전일상 이놈을 죽이고 말테다. 우리들을 괴롭히는 네놈의 목을 쳐서 저자거리에 매달고 말테다.”

전일상은 차마 들을 수 없는 욕을 입에 올리며 소리소리 쳤다. 반대편 산등성이에 모여있던 도적떼들이 전일상의 분기충천한 목소리를 듣고 몰려왔다. 전일상은 달려온 도둑들에게 말하기를, “나는 순창(淳昌)에 사는 도둑이오. 나의 동료가 전일상에게 죽었는데, 나도 언제 그놈에게 당할지 모르오. 내가 그놈의 배에 칼을 꽂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오.” 하며 하소연했다. 도적떼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전일상의 하소연에 동조했다.

전일상은 허리띠에 숨겨둔 엽전다발을 도둑 졸개에게 건네주며 술과 안주를 사오라고 부탁했다. 도둑 졸개가 술과 안주를 사오자 함께 나눠마셨다. 도적떼들은 전일상의 온몸에서 내뿜는 호기와 두주불사하는 주량을 보며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추켜세웠다. 전일상과 도적떼들은 내일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전일상은 이튿날 깊은 밤에도 도적들의 소굴로 들어갔다. 전날보다도 술과 안주를 더 많이 사왔다. 술잔이 여러 번 오가고 취기가 오르자 도적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내 주변에도 도적의 무리가 여럿인데, 여기에 몇 명을 더 모으면 어찌 전일상 뿐이겠소? 그 힘으로 나주성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오. 당신들이 무리를 더 불러 모으면 나도 주변의 무리들을 불러 모으겠소. 함께 전일상을 죽일 날짜를 정해서 다시 모입시다.”

전일상의 제안에 도적떼들도 좋다고 응답했다. 전일상은 성안으로 돌아와서 장사를 뽑아 훈련을 시켰다. 약속한 날 밤이 되어 모두 편한 옷에 철퇴를 숨기게 하였다. 그리고 단단히 이르기를, “나를 따라 갈 곳이 있다. 너희들은 반드시 나를 너라고 하고 위아래를 나누지 마라. 어기는 자는 돌아와 반드시 곤장을 칠 것이다.” 라고 신신당부했다. 또한 산 속 여러 곳에 장사들을 숨겨놓고 휘파람 소리가 들릴 때를 기다려 도적떼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전일상이 약속한 장소에 나가보니 모여 있는 도적떼들이 육,칠십 명은 족히 되었다. 전일상이 말하기를, “여기에 대장부의 무리가 모두 모였으니, 내일 밤에 먼저 부유한 집을 털어서 시험을 해봅시다. 그 다음날에는 전일상을 도륙하여 원한을 갚을 수 있을 것이오. 오늘은 다만 모두 함께 취해봅시다.” 라며 도적떼들을 선동했다. 무리들이 “그럽시다”라고 응수했다. 돼지를 잡아 안주로 삼고 양껏 돌아가며 술을 마셨다.

전일상이 말하기를, “사내들이 취했는데, 즐거움이 없는 것 같소. 무리 가운데 노래할 수 있는 자는 노래를 하고 춤을 출 수 있는 자는 춤을 추게 합시다.” 라며 흥을 돋웠다. 이에 도적들이 좋아하며 품에 들고 있던 검과 철퇴를 풀어놓았다. 모두들 술에 취해 정신없이 소리치며 흥에 겨워 떠들었다. 이때 전일상을 따라온 장정들이 도적들의 검과 철퇴를 모두 숨겨버렸다.

전일상은 도적들이 흥에 겨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자, 갑자기 휘파람을 불었다. 이때 숨어있던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와 도적들의 무리를 모두 체포했다. 도적들의 무리 중에 달아나는 자는 전일상이 따라가서 철퇴로 머리를 때려 넘어뜨리니, 감히 도망갈 엄두를 못내고 모두 붙잡혔다. 이후로 나주 주변의 여러 지역에 도적이 없어지고 밤마다 요란하던 개 짖는 소리가 사라졌다.(무카스미디어, 허인욱의 <무인 이야기> 참고)

전일상 장군이 도적을 일망타진한 기록은 <승정원일기> 영조 3년 10월 임인 기록(而羅州營將田日祥, 今年二十七, 勇力絶人, 身着戰笠, 親入谷中, 以探賊情矣。賊聞日祥來, 一時四合, 日祥幾死僅免云)과 영조 4년 8월 을축 기록(日祥曰, 臣聞蘆嶺賊多之報, 下去時, 與捕將相議, 令所管十三邑, 各別機捕, 邊山則前秋以後, 多有所聞, 且有乘船往來之徒云) 등에도 나타난다. 한편 전일상 장군을 주인공으로 하는 석천한유도와 전일상 영정은 홍주성역사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27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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