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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꿀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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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꿀 찾아 삼만리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0.10.23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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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벌 키우는 은하면 최병철 씨

홍성에 토종꿀을 찾기 위해 산을 누비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은하면에 거주하고 있는 최병철(57) 씨다.

최 씨가 토종꿀을 만드는 한봉을 시작한 지는 5~6년 정도 됐다. 그도 처음부터 한봉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IMF 이후 직장을 잃고 이것저것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게 한봉이라고 한다. 이민을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친구가 한봉에 대해 알려 줬고 같이 산을 타 보게 되면서 한봉에 흥미가 생겼다. “진짜 이 사람은 토종벌로 꿀을 생산하고 판매한다고 인식이 되면 없어서 못 팔 거라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당장 수익이 나진 않아요” 그는 고객을 속이는 것이 아닌 한봉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깊은 산에 가야 만나는 토종벌
양봉과 달리 한봉은 직접 산을 다니며 벌통을 놓아둔다. 홍성을 비롯한 주변에는 산이 깊지 않아 한봉을 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서해안권에서 한봉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깊은 산을 찾아 인근 지역에도 벌통을 놓는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은 훼손이나 도난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산 깊숙한 곳에 벌통을 두기 때문에 항상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된다.

등산화를 신으면 발이 편하지만 가시나무와 돌이 깔린 험한 길을 걷기 때문에 등산화 대신 군화를 착용한다. 하도 험한 길을 자주 다닌 탓에 지금 신고 있는 군화도 겉이 다 까졌다. 이렇게 깊숙한 곳에 위험을 감수하고 두더라도 벌통을 훔쳐 가는 사람들이 있어 최 씨는 힘이 든다고 한다. 산에 둔다고 해서 무조건 벌통에 꿀이 찬다는 보장도 없다. 토종벌이 벌통에 오지 않았거나 꿀이 부족해 채취를 못 하는 날도 있다.

1년에 4~5번 정도 벌통 관리를 위해 몇 번이나 산을 오르내린다. 갑자기 산을 오르면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가벼운 코스부터 시작해 봄에는 청소와 점검을 하고, 가을에는 토종꿀을 채취하면서 점검하거나 더 추워지기 전에 보온 처리를 한다. 한 코스에 벌통은 20여 개 정도 둔다. 올해는 장마 때문에 꿀이 많이 적다. “올해는 하루에 15kg 이상 토종꿀을 채취한 날이 하루밖에 없어 주문받은 양만 겨우 채울 수 있게 생겼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수확을 많이 해도 아직까지 토종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팔지 못 할 때가 있었다. 그는 그럴 때를 대비해 인터넷 판매를 고민하고 있다.

꿀을 많이 먹어 본 사람은 토종꿀인지 양봉꿀인지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최병철 씨도 처음에는 꿀맛을 잘 몰라 맛이 뭐가 다른지 잘 몰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 겸 꿀을 선물했을 때 ‘이거 토종꿀이다!’라고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때 보람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봉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한봉으로는 수익이 많이 나질 않아 기간제 공무원을 겸하고 있다. 새벽 3시에 출근해 11시에 퇴근하면 짧은 코스에 있는 벌통을 확인하고 쉬는 날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코스를 확인한다.

“한봉을 하면서 취미 활동 겸 운동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꿈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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