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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 초코파이는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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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 초코파이는 잘못이 없다
  • 홍성신문
  • 승인 2020.10.16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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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이주민센터 김민선 팀장

초코파이는 단순한 간식거리를 넘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인 ‘정(情)’을 나누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간식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예전만큼 인기 있는 간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고된 육체활동 뒤에 먹는 달달한 초코파이는 맛이 좋다. 하지만 동티모르 노동자 아폴리 씨가 섬에서 먹었던 초코파이는 어땠을까?

지난 10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동티모르 노동자 아폴리 씨가 섬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노동시간에 따른 휴일을 보장받지 못하고, 일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노동자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여권과 외국인증록증, 통장을 사업주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내용들이었다.

배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사업주가 주는 초코파이를 먹었다는 내용이 있어 많은 기사들의 제목에 초코파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에게 나눔을 통한 ‘정’을 의미하는 달달한 초코파이가 아폴리 씨와 그곳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에게는 배고픔과 부당함의 상징이 된 것이다.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위와 같지는 않다. 힘든 일이어도 좋은 사업주,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문제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이주민, 선주민 모두에게 동등하게 노동법이 적용되고 있지만, 사실상 근본적으로 개정되어야 하는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제조업이 아닌 농축산업과 어업의 경우 여전히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휴일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아폴리 씨와 동료들 역시 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고용허가제(E-9비자) 안에서 연 1회 회사를 옮길 수 있지만, 고용주 허가가 있어야 한다. 고용주 허가가 없으면 근무지 이탈로 불법체류자격이 될 수밖에 없어 월급을 받지 못하는 등의 부당함에도 회사를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이다.

동티모르 노동자 아폴리 씨와 그 동료들이 먹었던 초코파이는 어떤 맛이었을까? 나에게는 달달한 초코파이가 그들에게는,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씁쓸하고 쓸쓸한 맛은 아닐까. 초코파이는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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