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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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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25
  • 홍성신문
  • 승인 2020.10.12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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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에게 소중한 꿈 심어주는 보물들

우리 주변 곳곳에는 각 마을마다 전해오는 보호수들이 많다. 이 보호수들은 신격화되어서 마을 주민들의 극진한 보호를 받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백여 년 동안 조상 대대로 마을을 지켜주는 고마운 나무로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홍성군 장곡면 천태리 양곡마을에는 오래된 소나무 한그루와 향나무 한그루가 있다. 소나무도 향나무도 모두 300여 년을 훌쩍 넘긴 보호수들이다. 양곡마을 소나무는 양곡 마을회관 앞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 소나무는 마치 학이 날아가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조상대대로 마을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소나무다.

특히 양곡마을 소나무의 버걱(소나무의 겉껍질)은 다른 소나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용수버걱이다. 용수(龍鬚)란 용의 수염 혹은 임금의 수염이란 뜻이다. 소나무 밑동은 어른 팔로 두 아름 정도인데 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졌다. 용수버걱은 용이 기둥을 휘감으며 올라가는 형태로 나무 전체를 뒤덮고 있다.

양곡마을 소나무를 마을에서는 중(中)나무라고 부른다. 천태리에는 송산, 양곡, 바리미 등 세 개 마을이 있다. 이 세 개 마을의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고 하여 중나무로 부른다. 원래는 마을 앞으로 수십 그루의 소나무가 수구막이를 이루고 있었다. 옛날 나무가 귀한 시절에 한두 그루씩 베어내거나 길을 넓히는 과정에서 모두 사라졌다. 양곡마을 소나무만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고 수백 년째 마을을 지켜오고 있다.

소나무의 세 갈래 가지는 삼정승이 나올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극진한 보호를 받고 있다. 마을회관을 지을 때도 길게 뻗은 소나무 뿌리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회관의 위치를 옮길 정도였다. 20여 년 전에 젊은 이장은 고사된 소나무 가지 한쪽을 잘라냈다가 마을 어른들로부터 눈물이 쑥 빠지게 혼났을 정도로 신성한 나무다. 집안에 재앙이 있을 때마다 소나무 아래에 와서 정성을 들였고, 매년 마을제사를 올리던 나무다.

한편 소나무에서 오십여 미터 동남쪽으로는 양곡샘이 있다. 옛날에는 마을 전체가 사용하던 공동우물이었다. 지금도 양곡샘은 주변을 잘 정돈하여 항상 맑은 물이 넘쳐난다. 양곡샘은 300여 년이 훨씬 넘은 향나무 한 그루가 샘을 지켜주고 있다. 향나무에도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전해온다.

옛날 마을에서 지극정성으로 조상님께 제사를 지낼 때마다 향나무 밑동 부분을 깎아다가 향불을 피우곤 했다. 그 바람에 향나무는 하루도 밑동과 가지가 성할 날이 없었다. 주민들은 상처 난 부분에 황토를 바르고 천으로 감싸며 치료했다. 지금도 향나무 밑동과 줄기에는 상처가 아문 흉터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어느날 마을의 제일 어른 한 분이 마을주민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붙였다. 마을 어른은 향나무 가지 하나를 잘라서 집집마다 균등하게 나눠주며 단단히 타일렀다. 여러분들 집안에서 대대로 사용하고도 남을 충분한 양이므로, 다시는 제사 지닐 때 향나무 밑동이나 가지를 자르지 말라고 선언했다. 이후로는 제사 때 양곡샘 향나무에 상처를 내는 일이 없어졌다.

옛날부터 양곡샘이 있는 터는 명당이라고 전해 온다. 이 물을 마시면 훌륭한 정승이 나온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 향나무 뿌리에서 전해지는 은은한 향기는 양곡샘물의 맛을 더욱 좋게 해준다. 또한 옛날 변변한 차광막 시설이 없을 때는 향나무가 먼지와 햇빛을 차단해주는 역할까지 했다.

마을 건너편으로는 만궁암이라는 명당 산소터가 전해온다. 힘 센 장수가 화살을 뒤로 힘껏 당기며 서있는 모습의 명당터라고 한다. 이곳 명당터에 함평이씨가 묘를 쓰고 8대에 걸쳐 병마절도사를 배출했다고 하여 ‘팔병사 묘자리’로 유명하다.

주민들은 이처럼 주변의 훌륭한 지세와 소나무와 양곡샘으로 인해 마을에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왔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더 훌륭한 큰 인물들이 나올 것을 믿고 있다. 양곡샘물과 향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마을 주민들의 마음속에 훌륭한 인물 탄생의 꿈을 갖게 해주는 소중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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