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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제대로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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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제대로 준비하라
  • 홍성신문
  • 승인 2020.09.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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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 지역 중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이 추진된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매번 정책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유야무야 덮어둔 오래된 숙제를 이번에는 군과 교육청이 먼저 나섰으니 제대로 준비해서 뒤처진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단성(單性)중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더 이상의 찬반토론이 무의미할 정도로 시대의 흐름이 이미 바뀌었다. 교육의 보편성과 성평등 원칙에 입각한 정부의 학교정책 또한 확고하다. 1990년대 50% 대였던 중학교 남녀공학 비율은 현재 전국 평균 77.8%로 증가했다. 세종과 경기는 90%이상, 울산 대구 강원지역도 80% 이상이 남녀공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홍성군의 중학교 남녀공학 추진은 너무 늦었다.

돌이켜보면 남녀공학 전환 문제가 번번이 좌초된 데는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동창회의 반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어떤 학교든 그 학교의 전통과 졸업생을 비롯한 학교공동체의 모교에 대한 애정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미래세대의 보편적 기본권인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학교에 대한 선택권, 통학거리 단축과 같은 학생의 편의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남녀공학 전환문제는 철저하게 미래세대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서 판단해야할 문제이다. 성별 분리 정책은 너무 낡은 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성별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 우리 사회는 국경과 인종의 벽을 넘어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나와 다른 타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계의 능력, 경쟁보다 협력이 더 요구되는 시대이다. 이번만은 동창회와 졸업생들이 무비판적이고 관성적인 반대의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남녀공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중학생이면 이성에 대한 관심과 성적 호기심이 폭발하는 사춘기이다. 혹여 이성교재에 빠져 학업에 차질이 생기지나 않을까, 위태로운 질풍노도의 시기에 자칫 엇나가지는 않을까 조바심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은 아예 이성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쪽이 그나마 안심이 된다는 것이 반대론의 요지이다. 또 일부에서는 남학생끼리의 경쟁보다 남녀가 통합되면 수행평가 등 학업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속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성숙의 과정에서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이 시기 청소년들에게 찾아오는 이차 성징과 폭발하는 성적 욕망을 어떻게 사유하고, 통제하느냐를 배우는 과정은 자유롭고 건강한 자아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성문제를 일으킬까봐 남녀공학에 반대한다는 학부모들의 논리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생물학적 본성인 성적 욕구와 호기심을 과도하게 억압하고 은폐하는 이중적 성문화의 단면일 뿐이다. 청소년들의 성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가의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른들이 청소년기 생물학적인 본성인 성적 욕망과 호기심을 ‘생각하면 안 되는 문제’로 억압하고 은폐할 때 생기는 죄의식이 아이가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남녀 청소년이 평등한 관계를 배우고 서로 돌보고 협력하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을 보다 꼼꼼히 설계하는 문제에 더 집중하자.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거기에 걸 맞는 교육여건을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소모적인 논쟁보다 먼저다. 공청회 등 사회적 공론의 장이 마련되면 이참에 홍성여고의 남녀공학 전환 문제까지 포함하여 폭넓게 지역의 교육현안에 대해 충분히 숙의할 시간을 갖자. 그래야 바꿀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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