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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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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22
  • 홍성신문
  • 승인 2020.09.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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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마을 할머니 미륵

우리고장 홍성군 홍북읍 내덕리 어경마을이 있다. 어경(漁耕)이라는 이름은 마을 앞으로 흐르는 넓은 하천에 고기가 많고 농사짓는 들판이 넓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마을을 어경굴 또는 위경굴 등으로도 부른다.

어경마을 회관 건너편 야트막한 대나무숲 동산에는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미륵불이 서있다. 이 미륵불은 키가 2m 정도 되는데 마을에서는 할머니 미륵으로 불린다. 미륵불은 머리에 원형의 보개를 쓰고 있으며 이마에는 백호 자국이 선명하다. 옛날에는 이마에 푸르스름한 백호가 박혀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도난과 이동 과정에서 이마의 백호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어른들은 이곳을 옛 절터로 추정한다. 1980년대 초에 미륵불 앞으로 공사를 할 때 고려청자로 추정되는 꽃병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은 절터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기와파편과 생활자기 파편 등이 발견된다고 한다. 미륵불 주변으로는 돌을 쌓아 작은 공원처럼 조성해 놓았다. 마을사람들의 미륵불을 위하는 정성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미륵불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옛날 이웃마을에 사는 힘센 장사가 미륵불을 지게에 지고 어경마을 앞을 지나갔다. 중간에 힘이 들어 미륵불을 내려놓고 잠깐 쉬었다. 한참 후에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 미륵불을 지고 일어났다.

그런데 지게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륵불을 거뜬하게 지고 왔는데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미륵불이 얼마나 무거운지 지게가 꼼짝달싹 안했다. ‘그거 참으로 이상한 일이구먼’ 장사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계속 힘을 써보았다. 하지만 지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 되겠구나. 미륵불을 이곳에 내려놓고 가는 수밖에 없구나.’ 장사는 미륵불을 더 이상 옮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 뒤로 미륵불은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지내오고 있다. 미륵불을 옮기던 장사는 엄청난 힘의 소유자였다. 4~5명이 간신히 드는 바위덩이도 혼자서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 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장사는 태어날 때부터 겨드랑이에 이상한 비늘이 돋아 있었다.

누군가 장사의 겨드랑이에 비늘이 있는 것을 훔쳐보고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이후 나라에까지 알려지며 붙잡혀가게 되었다. 장사는 반역을 일으킬 위험인물로 생각되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전설도 함께 전해오고 있다.

미륵불의 얼굴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시달리며 많이 마모됐다. 특히 코 부분은 누군가 떼어간 흔적도 남아있다. 옛 여인들은 미륵불의 코를 떼어 가루로 만들어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아들 낳기를 원하는 기자신앙의 흔적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주변의 미륵불들은 코가 마모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원래 미륵불 옆으로는 작은 애기미륵 2기가 더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도난 당해 현재는 행방을 알 길이 없다. 할머니 미륵도 한때 도난당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아오는 수난을 겪었다. 어경마을은 해마다 음력 2월 1일에 미륵불 앞에서 미륵제를 지낸다. 과거에는 마을 전체가 모여서 축제처럼 풍성하게 미륵제를 지냈다.

현재는 신앙심 차원이 아니고 전통행사를 이어간다는 의미로 미륵제를 지낸다. 미륵제를 통해 마을주민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주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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