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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석택리 유적 부활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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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석택리 유적 부활을 꿈꾸다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0.09.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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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창녕군 계성리 고분, 국가사적지 되다
창녕군 계성면 계성리에 위치한 2, 3, 4호 고분군.

 

홍북읍 석택리에서 환호취락지가 발견된 것이 10년이 지났다. 발굴 당시 국내 최대 크기 원삼국시대 환호취락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가사적지 지정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없이 흙속에서 잠자고 있다. 다른 많은 지자체는 작은 문화유산이라도 보존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가사적지 추진도 한 방법이다. 이에 국가사적지를 추진하고 있거나 지정에 성공한 지자체들을 둘러보고 석택리 유적의 국가사적지 지정과 이에 필요한 노력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본다.

① 석택리 유적의 긴 겨울잠
③ 함양군 화과원 재조명, 불교계의 노력
④ 울산시 개운포 성지, 시민이 앞장서다
⑤ 석택리 유적 부활을 위한 제언

낙동강은 가야를 품고 흐른다
경상남도 창녕군은 가야 역사의 보고다. 창녕군에 수많은 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은 과거 이 지역이 남강, 황강, 회천 등 낙동강의 지류가 모이는 내륙과 바다, 동과 서를 잇는 물류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현재 창녕군은 인구 6만3000명의 작은 군이지만 과거에는 낙동강 물길을 타고 배들이 드나들던 교통의 요지였다. 인근의 고령군, 합천군, 함양군 등 물길을 타고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고분군이 있는 계성리는 낙동강 바로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계성리에도 이곳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낙동강의 지류인 계성천이 흐르고 있다. 깊이가 깊지 않고 물살이 빨라 어떻게 배가 다녔을지 의문이지만 이곳까지 배가 다녔다고 한다. 계성리 고분을 안내해 준 오종식 창녕군 문화해설사는 “과거에는 여기까지 뗏목이 올라왔다. 강기슭에 밧줄을 매달아 그것을 잡고 끄는 식으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물길이 발달한 창녕군은 내륙과 바다, 동과 서를 잇는 요충지로서 가야시대 비화가야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그 당시 많은 고분들이 이곳에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721개가 넘는 고분이 있다. 이미 지난 1980년대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교동·송현동 고분군에 350여 기, 지난 2019년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계성 고분군에도 273여 기의 고분들이 산재해 있다. 비화가야는 진흥왕 16년 비주가 설치되면서 신라로 편입되게 된다. 가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가야시대에 만들어진 고분군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종식 문화해설사가 고분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식 문화해설사가 고분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가사적지 지정 8년의 시간
계성리 고분군은 유적의 중요성에 비해 늦게 국가사적지로 지정됐다. 1960년대 경남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된 지 60년 만이다. 국가사적지 지정은 그냥 쉽게 되지 않는다. 창녕군은 계성리 고분군을 국가사적지로 지정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8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창녕군은 국가사적지 지정을 위해 계성리 고분군에 대해 발굴조사와 학술대회를 열면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1000페이지 분량의 ‘계성고분군 사적지정 용역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책에는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학술대회를 통해 쌓인 연구자료 등 계성리 고분군의 역사적 가치를 검증하기 위한 8년 간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단순히 보고서를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발굴조사 결과와 학술연구 진행들의 모든 과정들이 한데 모여 문화재청의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석택리 유적의 경우 계성리 고분군보다는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매장 유적지의 경우 유적지 발굴부터가 어렵다. 고분과 달리 땅 밑 어디에 유물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발굴이 필요하다. 더구나 석택리의 경우 사유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땅 소유주들과의 마찰도 걱정해야 한다. 창녕군의 경우 계성리 고분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사유지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지만 고분을 포함하는 땅은 대부분의 경우 군이 소유하고 있어 큰 마찰이 없었다.

창녕군 김주란 학예사는 “어차피 국가사적지 지정 과정은 정해져 있다. 지정할 가치가 있는지 입증할 수 있는 유물이 있어야 한다. 유적의 역사적 의의 같은 것만으로 국가사적지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밀 발굴 조사가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국가사적지 지정에는 단순히 발굴 조사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쇼맨십도 필요하다. 창녕군은 2012년 계성고분군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제출했다. 2013년과 2014년 계성리 고분군에서 가장 규모가 큰 2, 3호 고분을 발굴하면서 이를 언론 등에 대대적으로 알려 계성리 고분군에 대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김 학예사는 “행정기관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역 학계나 저명한 학자들을 섭외하고 유적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창녕읍 송현리에 위치한 송현동 고분군의 모습. 
창녕읍 송현리에 위치한 송현동 고분군의 모습. 

국가사적지 다음을 준비한다
계성리 고분군의 국사사적지 지정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창녕군은 단순히 국가사적지 지정으로만 끝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다. 계성고분군 이외에도 창녕군의 문화 자산은 많다. 이미 지난 90년대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교동·송현동고분군과 바로 옆에 창녕박물관이 존재해 창녕의 유물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교동·송현동고분군에 대해서는 2021년까지 세계유산등재를 목표로 경남과 경북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습지로 이름이 알려진 우포늪이나 휴양지로 유명한 부곡온천도 있다. 우포늪에 대한 세계자연 유산등재도 추진 중이다.

창녕을 찾는 사람들 중 역사 관광을 하는 사람은 부곡온천을 찾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창녕군은 부곡온천에 오는 관광객들이 역사관광도 함께 할 수 있도록 가야시대 역사유적들과 우포늪 등을 묶어 창녕군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역사자연 박물관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윤지수 창녕군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계성리 고분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안에 교동· 송현동 고분군과 계성리 고분군에 대한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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