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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지역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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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지역 숨겨진 이야기
  • 홍성신문
  • 승인 2020.08.31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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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상처들

우리들이 평소 무심코 지나다니는 생활주변에는 일제 강점기 35년 동안 겪어온 아픈 역사의 상처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홍주읍성 홍화문 앞과 홍주성역사관 뒤편으로 여러 기의 비석들이 서있다. 대부분 홍주목사 또는 결성현감 등을 지낸 관리들의 치적을 기리는 비석이다. 이들 비석 중에는 원형대로 잘 보존된 것도 있지만, 심하게 파손되어 원형을 잃어버린 것도 있다. 그 원인은 일제강점기부터 수십 년 동안 땅속에 묻혔다가 발굴되는 과정에서 파손된 것이다.

옛날에는 홍주읍성 서쪽 수문을 통해서 홍성군청 앞으로 지나가는 물길이 있었다. 이 물길은 홍주읍성 동쪽 매일시장까지 이어져서 홍성천으로 흘러갔다. 대략 1960년대 어느 해 여름이었다. 홍주읍성 동쪽 평화의 소녀상 부근을 흐르는 하천 둑이 폭우로 휩쓸려간 적이 있었다. 한여름에 폭우가 쏟아져서 매일시장 부근은 온통 물바다였다. 당시에는 비가 많이 오면 매일시장 부근은 항상 물이 넘치곤 했다.

비가 그치고 휩쓸려간 하천 둑을 복구하던 중에 땅속에서 여러 기의 비석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 비석들의 정체를 수소문해 보았다. 옛날부터 홍주읍성 주변에 서있던 비석들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 비석들이 무슨 이유로 하천 둑에 묻혀있었을까? 이런저런 추측을 하던 사람들은 분노가 치솟았다.

“일본 놈들 짓이야! 나쁜 자식들! 하필이면 우리 조상님들의 소중한 비석을 하천복구사업에 썼단 말인가!” 사람들은 일본놈들 짓이라며 속상해 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이곳 하천이 폭우로 휩쓸려간 적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하필이면 홍주읍성 주변에 서있던 옛 비석을 하천 복구 작업에 사용했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홍주읍성 남산공원에 자기네 조상을 기리는 신사를 세워놓고, 우리민족에게 아침저녁으로 참배를 강요했다. 그렇게 자기네 조상을 소중히 여기면서, 우리 선조들의 넋이 깃든 비석은 땅속에 묻고 하천 복구 작업에 사용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땅속에 묻혀있는 비석을 수습하면서 속상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당시에 나라 잃은 민족의 아픈 모습을 또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혹시 지금도 옛 비석이 홍주읍성 어딘가에 묻혀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결성면 읍내리 석당산에는 옛 결성현의 치소였던 결성읍성이 있다. 이곳 석당산은 성터와 오래된 송림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석당산 소나무 숲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노송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부족한 화석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에서 소나무 송진을 강제로 채취했다. 이렇게 채취한 송진은 가솔린을 대신하여 항공기 연료로 사용했다. 당시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며 V자로 파낸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석당산에는 대략 90여 그루의 소나무가 송진 채취로 인한 상흔들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는 우리말과 우리글의 사용도 금지했고, 이름과 성도 일본식으로 고치도록 했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100여 년 된 학교 학적부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통지표를 보면, 자기네 글을 ‘국어’로 표기했고, 우리나라 국어는 ‘조선어’ 로 표기했다. 1940년대부터는 우리말과 글을 금지하면서 ‘조선어’과목을 아예 없애버렸다. 또한 1940년대 학적부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일본식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광복이 되면서 일본식 이름을 두 줄로 긋고 한국 이름으로 고쳐놓은 흔적이 남아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지워버리고 싶은 가슴 아픈 흔적들이다. 하지만 대못처럼 박혀있는 상흔들이 없앤다고 없어질 것이며 지운다고 지워질 수 있겠는가. 아픈 과거 역사를 잊지 말고 굳게 딛고 일어서며 이겨내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누군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우리 주변의 아픈 상흔들을 마주할 때마다 떠올려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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