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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옛 이야기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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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옛 이야기 수집가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0.08.2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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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30년 세월 숨은 이야기 수집 

김정헌(66)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이 홍성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다니기 시작한게 30년이 넘었다. 김 소장은 그동안 보물찾기 하듯 모은 홍성의 작은 이야기들은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소장이 이야기를 찾아 마을 이곳저곳을 다닌 것은 지난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원 논문으로 주제가 지역의 전설에 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소장의 옛이야기에 대한 관심은 어린 시절 어머니께 전설이나 설화 등을 많이 들었던 것이 영향을 주었다. 이때부터 홍성문화원에서 발간했던 ‘홍주소식’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효자, 열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매달 게재했다.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는 차도 없이 포장도 되지 않은 시골길을 버스를 타고 다니느라 엄청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 지역에도 옛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발굴이 되지 않고 흩어진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다. 이를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돌아가시면 그걸로 없어지는 거라 생각하고 이런 것들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향 이름 찾은 것 기억에 남아

단순히 이야기를 모으는 것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지역사람들에게도 이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홍성신문의 전신 ‘주간홍성’에서 격주 연재를 시작한 것이 어느덧 30년이 다 됐다. 중간에 몇 년 쉰 것을 빼고는 계속하고 있다.  그 덕에 김 소장은 생각지도 않은 향토사학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소장은 지금까지 수집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 함흥기생 만향의 이야기를 꼽았다. 만향은 사모하던 남자를 따라 홍성으로 내려왔고 그 무덤까지 홍동면에 남아있다. 홍동면에 있는 열녀 비석의 이름이나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함흥기생 만향이 아닌 평양기생 난향이었다.

당시 홍성군과 난향에 대한 책을 써보자는 교감이 있었다. 그러나, 전설 하나 가지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기생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난향의 상대방이 벼슬을 했다면 조선왕조 실록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실록까지 조사했다. 그러다 난향이 아닌 만향이며 출신도 평양이 아닌 함흥이란 것을 발견하게 됐다. 사람 많은 곳에서 김 씨 찾는 격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만향의 본모습을 찾아 준 것이 너무 기뻤다고 한다.

지역 위인 재조명이 다음 목표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역의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것이다. 춤의 대가 한성준을 비롯해 판소리 대가 최선달, 조선시대 청백리 이태준의 일대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한다.

그중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김좌진 장군이다. 김 소장은 갈산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갈산초등학교가 장군이 세운 호명학교의 후신인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갈산초등학교에 4년간 몸담으면서 갈산초등학교 100년사를 쓰기도 했다. 이때 학생들과 함께 청산리 현장도 7번이나 다녀왔다. 답사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쉬워 10년 넘게 장군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실로 조만간 장군의 생애를 청소년이 읽기 쉽게 써서 발간할 계획이다.

“오래 전에 장군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70~80%는 힘자랑 이야기입니다. 뒷 배경이 있으니 동네 건달처럼 다니던 사람이 어떻게 180도 변모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위인이 됐는지 그 계기 같은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김 소장은 앞으로 활동할 수 있는 데까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펴내는 한편 그동안 모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홍성군과 문화원 등에서 지금까지 책을 낼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지역민들의 격려와 관심도 큰 힘이 됩니다. 어려울 때도 많지만 ‘내가 해야 될 일이구나’라고 항상 느끼고 있습ㄴ다다.”

김정헌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은 1987년 동화작가로 등단한 이후 <청개구리 김씨의 저승 체험기>, <사랑하는 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털보선생과 까불이> 등 아동소설과 홍성의 전설을 모은 <삶과 상상력이 녹아있는 우리동네>, <홍주성 천년을 말하다>, <오서산과 석당산의 솔바람길 이야기> 등을 펴냈다. 교직에서 40년을 보내며 구항초등학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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