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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⑱홍주장터와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탄생 유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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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⑱홍주장터와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탄생 유래담
  • 윤종혁
  • 승인 2020.08.10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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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항면 황곡리 하대마을.

우리고장 홍성읍 오관리에는 광복 이후까지 홍주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재는 대교리 5일 시장과 오관리 상설시장으로 모든 기능이 옮겨갔지만, 옛 시절 홍주장터와 관련된 많은 일화들은 지금까지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고 있다.

홍주시장의 나무장터는 옛 시절 일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다. 특히 가난한 효자들이 홍주시장 나무장터에서 나무를 팔아 생계유지와 부모님을 봉양했다는 얘기가 많이 전해온다. 특이하게도 홍주시장 나무장터에는 조선시대 유명했던 시인 손곡 이달의 탄생 유래담이 재미있게 전해온다. 홍성군 구항면 황곡리 하대마을에 살던 이첨지는 홍주장터에서 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이날도 아침 일찍 홍주장터 나무전으로 나뭇짐을 짊어지고 나왔다. 아침 일찍 장터로 나왔지만 점심때가 되도록 나무가 팔리지 않았다. 나무가 팔리기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때마침 나무전 부근의 주막집 주모가 손님이 없고 한산한 틈에 낮잠을 자고 있었다. 꿈에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에서 주막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청룡은 방으로 들어와 주모를 칭칭 감싸 안고 꼼짝 못 하게 했다. 주모가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주모는 꿈이 너무도 이상해서 밖으로 나가보았다. 나무전은 한산했고 이첨지 혼자서 나뭇짐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주모는 이첨지의 나무를 사기로 하고 주막으로 함께 들어왔다.

주모는 꿈 생각을 하며 이첨지와 동침했다. 주모는 곧바로 태기가 있었고 열 달 후에 아들을 낳았다. 그 아이가 바로 조선시대 유명했던 시인 손곡 이달이다. 손곡 이달이 태어날 때는 백월산의 초목들이 모두 마르고, 사흘 동안이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이상이 홍주장터 나무전에 전해오는 손곡 이달의 탄생 유래담이다.

손곡 이달은 조선 중기에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유명했다. 삼당시인이란 조선 중기의 문인 이달(李達)·최경창(崔慶昌)·백광훈(白光勳) 세 명의 시인을 말한다. 이들 삼당시인은 당(唐) 시풍의 창작활동을 통해 인간적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했던 시인들이다. 삼당시인은 그 당시에 최고 경지에 오른 불세출의 시인들로 인정을 받았다. 손곡 이달은 아버지 이수함(李秀咸)과 홍주목 관기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온다. 어린시절부터 총명하고 박학하며 문장에도 능했지만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뜻을 펼치지 못하고 한평생 방랑했던 시인이다. 한때 강원도 손곡리에 살았다고 하여, 그의 호가 손곡(蓀谷)이다.

손곡 이달의 고향 홍성에는 그와 관련된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1696년(숙종 22)에 편찬된 옛 결성현지 고적조에, ‘대동촌은 결성현 동쪽 25 리에 있는데, 문인 이달이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손곡 이달과 관련하여 홍성에 남아있는 유일한 옛 기록이다. 그의 생몰연대(1609년~1539년 추정)도 정확한 기록이 없고, 홍주읍성 옆에 그를 기리는 시비가 서있을 뿐이다. 최근에 홍주이씨 후손들이 생가터와 마을 입구에 표지석과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손곡 이달 시비(홍주성벽 서쪽)

손곡 이달의 이름을 기억하는 후세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의 스승이라고 소개하면,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손곡 이달의 주옥같은 시 300여 편이 세상에 남아 전해오는 것은, 그의 제자 허균의 역할이 컸다. 허균은 역적으로 몰려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의 스승 손곡 이달의 시를 한데 모아 『손곡집(蓀谷集)』을 엮었다. 또한 허균의 문집인 『성소부부고』와 『학산초담(鶴山樵談)』속에 이달의 시와 가정사들을 소개했다. 그 덕분으로 손곡 이달의 시세계와 가정사가 세상에 남아 전해온다.

혹자는 허균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홍길동의 모델을 손곡 이달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아닌게아니라, 현실 속의 손곡 이달과 소설 속의 주인공 홍길동은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현실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가족사가 똑같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홍길동전 속에는 당시대의 신분제도와 시대상을 비판하며 새로운 세상의 건설에 대한 열망이 나타나 있다. 혹시 홍길동전 속에 드러나 있는 허균의 개혁적인 사상이, 그의 스승 이달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까. 

1920년대 홍주장터 모습.


허균은 그의 스승 손곡 이달의 시를 “백성들의 모습을 직접 보듯이 생생한 시”, “백성들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이 시를 읽고 깜짝 놀라고 깨달았으면 좋겠다” 등으로 평했다. 손곡 이달의 대표적인 시로 알려진 「보리베는 노래 刈麥謠」를 읽어보면 허균의 평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시골집의 젊은 아낙은
저녁거리가 없어서,
빗속에 나가 보리를 베어
숲속으로 돌아오네
생나무는 축축해서
불길도 일지 않는데,
문에 들어서니 어린애들은
옷자락을 잡으며 우는구나


刈麥謠
田家少婦無夜食 雨中刈麥林中歸
生薪帶濕煙不起 入門兒女啼牽衣

김정헌 작가는 
구항초등학교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하고 현재 내포구비문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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