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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③ 포도농부 변중섭 /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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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③ 포도농부 변중섭 /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겠다"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0.08.06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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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토박이 유기농 꿈에 홍동 정착
귀농 후 마주한 이상 현실 괴리 고민

변중섭 씨(38)은 홍성에 내려온 지 3년 째인 청년 농부다. 하지만 아직 자기 농사를 짓고 있지 않다. 3년간 도시농업관리사 교육을 받는 등 체계적으로 신중하게 준비했다. 오는 10월에야 비로소 하우스를 짓고 내년부터 포도농사를 지을 생각이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농촌과의 접점이 전혀 없다. NGO 단체에서 일하면서 환경 쪽에 관심을 가지다가 유기농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시골환경도 도시 못지 않게 나쁘다고 느꼈다. 그래서 시골을 살리는 농사를 지어보자 결심하고 귀농하게 됐다. 홍성을 선택하게 된 것은 강원도에서 운영하는 귀농 캠프에서 만난 풀무고등학교 졸업생에게 홍동 유기농지구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귀농하고 3년 동안 농촌의 좋은 면만 본 것은 아니다. 처음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를 많이 느꼈다. 사실 변중섭 씨도 귀농을 지속하는 데 고민이 많다. 홍동에서 3년간 살면서 밖에서는 몰랐던 농사의 현실을 마주치면서 ‘내가 왜 귀농을 선택했었지?’ 자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나름 각오를 하고 홍성에 내려왔지만 귀농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어렵다.

특히 농사 자금 문제다. 변중섭 씨는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갈 줄 몰랐다고 한다. “하우스 짓는 게 다 돈이에요. 관정도 파야하고 전기시설도 해야 하고 포도를 심을 수 있게 논을 복토하는 것도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저는 그래도 그래도 17년부터 귀농을 준비해 3년을 넘게 준비했는데도 이런데 젊은이들이 열정만 가지고 정착하기는 쉽지 않아요”

변중섭 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는 분에게 땅도 장기로 임대할 수 있었지만 농사지을 땅과 살 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하우스 공사 비요은 정부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지원이라고 해도 결국엔 빚이다. 그는 초보 농사꾼으로 유기농 과수재배가 그나마 덜 어려운 포도를 선택했지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지금 하우스 설치하는 곳에서 알바를 하는데 주변에 망한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다 말려요. 다시 생각해 봐라. 다른 거 해라. 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그도 포도농사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따로 소소한 돈벌이도 병행할 생각이다. 작년에는 마을교사로 일했고 '무지개숲 놀이터'라는 협동조합 설립에도 함께 할 생각이다. 경제적 어려움 외에 또 다른 어려움은 외로움이다. 미혼인 그는 혼자 귀농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혼자서 고민하다보면 초심을 잃기 쉽다는 것이다.

“혼자 귀농하면 어려울 때 의지할 버팀목이 없어요. 스스로 모든 걸 다해야 해서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견디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는 그래도 고민하면서도 농사 짓는 꿈을 놓지 않는다. 계속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하려고 했던 유기농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짓고 싶어요. 앞으로 성공하고 실패하고 떠나서 농사를 지으려고 결심하고 내려왔는데 안하면 후회할 것 같습니다.”

변중섭 씨는 인터뷰에서 너무 아쉬운 얘기만 한 것 같다며 귀농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한 농업, 자연과 갈 수 있는 농업에 매달려 보겠다고 다짐했다. 포도농사에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교육으로 확장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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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2020-08-10 21:58:00
아름다운 청년의 이야기네요 포도농사도 대박나길 바랄게요. 홍주의 모든 청년귀농인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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