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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⑯두 마리 뱀이 서로 싸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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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⑯두 마리 뱀이 서로 싸운 사연
  • 홍성신문
  • 승인 2020.07.29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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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작가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계곡이나 바위에는 옛 선비들의 글씨가 전해오는 곳이 더러 있다. 산이나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서 멋진 글과 함께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새겨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나 전설이  함께 전해오기도 한다.

홍성군 장곡면 월계리 ‘쌍계(雙溪)’라는 계곡에는 신라시대 최치원의 글씨가 전해온다. 현재는 계곡 바닥에 방치된 바위들을 지상으로 옮겨서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존하고 있다. 두 줄기로 흘러내리는 계곡에는 재미있는 전설도 한편 전해온다.

최치원 글씨로 알려진 쌍계 유적

예산군 덕산면 옥계리 ‘옥병계(玉屛溪)’라는 계곡 암벽에도 여러 사람의 글귀와 이름이 새겨져 있다. 신라시대 최치원을 비롯한 조선시대 선비들의 글이 새겨져 있다.

옛날 덕산현의 관기가 실수로 절벽에서 추락하여 깊은 물에 빠져 숨을 거둔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기암(妓巖)으로도 부른다. 현재는 토사가 쌓이고 길이 만들어졌지만, 암벽 아래로 맑은 물이 굽이치며 흐르던 옛 모습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옥병계는 조선 숙종시절에 덕산으로 귀양 왔던 김진규라는 판서가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가 이곳에 찾아와서 귀양의 시름을 달래며 ‘옥병계(玉屛溪)’라는 이름을 짓고 암벽에 새겼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곳 암벽과 계곡 이름이 옥병계가 되었다. 옥계리라는 마을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옥병계는 재미있는 전설도 전해온다.

숙종조 때 참판 벼슬을 하던 윤비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 이곳에서 정착했다.

윤비경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결혼하여 두 번이나 상처를 했다. 세 번째로 전주이씨를 부인으로 맞아들였다. 이씨 부인은 남편과 조상을 지극정성으로 잘 받드는 여인이었다.

어느날 이씨부인의 꿈에 한 여인이 집 뒤뜰 사당문을 열고 나오며 말하기를,
“나는 이 집의 조상이다. 내 후손들이 선조를 받드는데 성의가 없고 마음씨가 곱지 못하기에 일찍 데려갔느니라. 그런데 너는 마음씨가 아름답고 그 덕이 저승에까지 전해져 감동을 받았느니라. 너는 후에 반드시 귀한 자식 두 명을 낳을 것이다.”하고 사라졌다.

정말로 이씨부인은 연달아서 두 명의 아들을 낳았다. 큰 아들이 ‘윤봉구(尹鳳九)’이며 작은 아들이 ‘윤봉오(尹鳳五)’ 이다. 큰아들의 아호는 ‘병계(屛溪)’이고 작은아들의 아호는 ‘석문(石文)이다. 두 형제가 모두 고향마을의 아름다운 지명을 따서 아호로 사용했다. 모두 조선시대 훌륭한 학자였고 높은 관직을 역임했다.

옥병계 계곡 모습

최치원의 글씨가 전해오는 홍성군 장곡면 월계리 쌍계에도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쌍계의 양쪽 계곡에 용이 되고 싶은 뱀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두 마리 뱀은 하느님에게 용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드디어 하늘로부터 열심히 수행하면 백 년 후에 하늘로 올라올 수 있다는 응답을 받았다.

두 마리 뱀은 사이좋게 지내며 열심히 몸과 마음을 닦았다. 드디어 백년이 되었고 하늘로 올라가는 새벽이 되었다. 두 마리 뱀은 마주 앉아서 하늘로부터 여의주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새벽녘에 하늘로부터 여의주가 내려왔다. 그런데 여의주는 두 개가 아니고 한 개 만 내려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두 마리 뱀은 마음속으로 심한 갈등을 겪었다. 여의주를 앞에 놓고 한동안 말을 잃고 말았다. 두 마리 뱀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 녀석을 없애버리고 내가 하늘로 올라갈까? 아니면 나에게 양보하라고 잘 타일러 볼까?’
두 마리 뱀은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며 시간이 흘러갔다. 한참 시간이 흘러간 뒤에 맞은편 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친구야!”
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불렀다. 순간 친구 뱀은 움찔했다. “이놈이 나에게 양보하라고 하겠지? 나는 절대로 양보 못한다고 할 거야.”

하며 단단히 마음을 다져먹고 있었다.
“친구야! 네가 먼저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라!” 친구 뱀은 깜짝 놀랐다. 자기에게 양보하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먼저 올라가야지!” 친구 뱀은 자기도 모르게 상대편 뱀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소리쳤다. 이렇게 두 마리 뱀은 서로 양보하면서 옥신각신 실랑이를 했다.
하늘에서는 뱀이 올라올 시간이 한참 지났으므로 궁금하기만 했다. 하느님이 옆에 있는 시녀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도록 명령했다. 시녀가 자세히 살펴보니 두 마리 뱀이 서로 양보하며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두 마리 뱀이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시녀의 말을 전해 듣고 순간적으로 버럭 화를 내었다.

“여의주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운단 말이냐?”
“아닙니다. 서로 양보하느라고 싸우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시녀의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면 여의주 하나를 더 내려 보내라.”
이렇게 하여 두 마리 뱀은 서로 사이좋게 하늘로 올라갔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전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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