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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①고추농부 정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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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①고추농부 정연성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0.07.26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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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귀농인' 논에 고추 심다

배터리 연구 기술자 서부 정착

경제성.원주민과의 관계 숙제

전공살려 '스마트 팜' 운영 포부

 홍성에 귀농한 청년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어떤 이들은 홍성에 남았고 어떤 이들은 현실에 부딪혀 홍성을 떠났다. 홍성에 내려온 청년들이 어떤 꿈을 가지고 내려왔는지, 정착하는데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청년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갈산면 신안리에 있는 논 사이로 고추밭이 생뚱맞게 자리잡고 있다. 초보농부 정연성 씨(사진)가 작년부터 심은 고추다. 논에 고추를 심을때 주변에서 다 제정신이냐고 했지만 정연성 씨의 고추는 주변의 우려와 다르게 잘 자라고 있다.

정연성 씨는 처음부터 귀농을 생각하고 내려오지 않았다. 농부로 전직하기 전 그는 대기업에서 배터리를 연구하던 기술자였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그의 몸 곳곳을 아프게 했다. 집안에 내력이 없는데도 머리가 한 움쿰씩 빠졌다. 홍성에 온 것은 잠시 쉬려는 생각에서였다. 내려온 지 며칠 안 지났는데도 아픈 게 싹 나았다. 아예 정착하기로 결심하고 지난 2018년 서부면에 집까지 장만했다. 그렇게 귀농생활이 시작됐다.

신참 청년 농부들은 보통 친환경 농업에 관심이 많지만 그는 관행농법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그도 처음에 고추를 심으면서 밭 옆에 둠벙을 만들었다. 개구리를 천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것인데 잎나방애벌레의 번식력은 따라가지 못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필요할 때는 살충제를 쓴다. 장연성 씨는 현실적으로 100% 유기농은 힘들지 않겠냐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초보농꾼답게 실수도 한다. 그는 특이하게도 논에 고추를 심었다. 논과 밭 흙이 물빠짐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주변에서 “뿌리가 썩어 3일 내로 전부 죽을거다”라고 말했지만 정연성 씨의 고추는 살아남았다. 정연성 씨가 비닐멀칭을 하지 않은 덕분이다. 관행농법에 거부감이 없는 그였지만 유일하게 비닐멀칭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멀칭이란 게 한 번 쓰고 재활용이 안 되는데 벗길 때도 깔끔하게 벗겨지지 않아요. 비닐 일부가 밭에 남아 토양을 썩게 하죠”

남은 비닐은 매해 조금씩 쌓여 밭을 병들게하고 그러면 약을 약을 더 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신 재활용 가능하고 수거가 쉬운 부직포 제초 매트를 사용했다. 이 선택 때문에 논에 고추를 심은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비닐과 달리 부직포는 환기가 잘되어 습기를 빠르게 증발시킨 것이다. 덕분에 영양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논의 흙은 고추가 성장하는데 좋은 토양이 됐다. 지금은 고추가 너무 많이 열려서 문제가 될 정도다.

농사 외적으로도 귀농이 순탄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고추농사 400평을 지어서 얻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때문에 아내는 여전히 도시에서 일하면서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인사성이 밝은 성격 덕에 주민들과 큰 불편없이 지내지만 원 주민들과의 관계는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도시에서는 상대하기 싫은 사람은 모른 체 하면 그만이지만 그런 사람과도 어울려야 하는 것이 시골이죠. 마을 주민들한테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없이 시작한 귀농이지만 그래도 그는 오히려 고민없이 내려와서 정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너무 이것저것 따지면 오히려 정착하기 어렵다는 게 그가 겪어온 경험이다.

그래도 미래 준비는 확실히 하고 있다. 현재 그는 농사보다 교육이 먼저라는 생각에 농업기술원에서 농업 교육을 받고 있다. 체계적인 교육은 경험이 부족한 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도 의외로 쓸모가 있다. 농업교육과 고추농사를 하는 틈틈이 전공을 살려 스마트 팜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마련할 하우스는 그가 손수 작업한 기판 등을 활용해 스마트 팜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일단 농부로써 자립이 과제지만 혼자 성공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 귀농하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아무래도 원주민이나 귀농한 지 오래된 분들은 귀농한 사람들이 뭘 이해 못 하는지 알기 어렵죠.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제가 도와주면 더 적응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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