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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우리의 삶은… ③“자연은 그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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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우리의 삶은… ③“자연은 그런 것이 아니다”
  • 홍성신문
  • 승인 2020.07.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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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미 림 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귀촌(歸村)의 허상을 폭로한 작가 중에 마루야마 겐지가 있다. 일본의 소설가인 그는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로 전원생활의 고단함을 토로했다. 휴식을 꿈꾸며 시골로 찾아들지만 시골은 낭만도 휴식도 아닌, 열악한 삶의 현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시골이란, 풍광이 아름답고 일상이 고즈넉한 여백의 공간이 아니다. 멋진 풍광 속에 빈약한 환경이, 고즈넉한 일상의 이면에 무례와 이기(利己)가 넘쳐나는 또 하나의 각축장인 것이다. 폭우에 맞서 축대를 쌓고 범죄에 대비해 큰 개를 길러야 하는 시골의 삶이란 결국, 분노와 좌절을 잉태한 또 하나의 정글인 셈이다.

 사람들은 흔히 시골을 달콤한 문법을 가진 환상의 세계로 생각한다. 자연에 뿌리를 내려 어떠한 세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행마저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세계가 시골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시골은 마음에 폐허를 가진 자들의 고향이자 이상이다. 자본 앞에 허물어진 자신을 보며,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읽어내기 위해 귀촌을 감행한다.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이 그랬고 일본 영화 <봄을 짊어지고>의 토오루가 그랬다. 아침마다 화산을 청소하던 어린 왕자처럼 그렇게 마음을 씻고 돌보는 일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모두 시골에 와서야 가능한 삶의 제의인 모양이다.

 시골이 치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건 자연의 넉넉함 때문일 것이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공존의 미학을 배운다. 바람은 학벌과 지연을 따져 불지 않고 꽃 또한 햇빛과 그늘을 가려 향기를 발하지 않는다. 너와 나를 가르지 않는 자연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삶의 형식인 것이다. 그런 자연이 점점 공존의 미학을 잃어가고 있다. 자연의 허리를 잘라 축사를 만들고 식물의 우열을 가려 농약을 쳐대는 까닭이다. 축사를 거친 바람은 더 이상 상쾌하지 않고 농약에 희석된 향기는 더 이상 분내 나지 않는다. 바람도 부자와 빈자를 따져 불고 향기마저 강자와 약자를 가려 흩날리는 건 자본을 척도로 살아온 인간의 과오 때문일 것이다.

 자본 앞에서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왜곡해 왔다. 소비의 신민(臣民)이 되어 스스로 존엄을 버렸듯, 자연 또한 자본의 신민이 되도록 개발하고 재편해왔다. 무분별한 개발이 코로나 위기를 불러왔다는 자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축사를 짓고 농약을 쳐댄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마루야마 겐지의 말처럼, 자연 또한 그런 것이 아닌 시대가 되어가는 것이다. 로테의 사랑이 베르테르를 소중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랑이 아닌무엇으로 세상을 움직여갈 것인가. 오늘, 살기 위해 하는 우리의 모든 행위가 행여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증폭되어가는 코로나 위기 앞에서 다시금 곰곰이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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