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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통한 학생교육은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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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통한 학생교육은 꿈인가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20.07.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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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동조합주간 특집(2)/학교협동조합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함께 설립해 운영하는 학교협동조합은 국정과제인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의 하나로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며 충남의 경우 김지철 교육감의 선거공약이다. 그러나 학교장의 특별한 의지가 없이 불가능하며 법적인 제약이 많아 설립,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협동교육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2018년 9월 6일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전후부터 중요 교육 목표로 부상한 학교협동조합은 충남에서도 2020년 6월말 현재 홍성여고를 비롯해 6개 학교에 설립 인가돼 있으며 17개 학교에서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실제 제대로 운영되는 학교는 얼마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성여자고등학교(교장 심상용)는 지난해 11월 4일 학교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정관과 사업계획서를 확정하고 박정희 전 고북초 교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하는 등 임원진을 구축했다. 그러나 9개월 째 접어든 현재까지 매점운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인가까지 나왔으나 아직 법인설립이 안 됐다.

금마중학교(교장 주진익)은 지난해 협동조합 담당 명예교사를 채용하려고 두 번이나 모집 공고를 냈으나 희망자가 없어 불발됐다. 금마중학교는 2017년 3월부터 학생 자치회 소속 협동 동아리에서 학생 카페를 꾸미고 일주일에세 번 점심시간에 빵, 스넥 등 간식거리와 문구류를 판매하는 매점을 운영해왔다.

금마중학교는 이 동아리를 정식 학교협동조합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동조합 운영자와 관리 감독자가 동일하면 안 된다는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민간인에게협동조합 이사장 등 직책과 업무를 의뢰할 계획이었다. 금마중학교는 협동조합을 포기하고 사회경제 동아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풀무학교는 1959년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협동조합을 시작해 현재까지 62년째 운영되고 있으나 법인격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분석 / 학교협동조합의 문제점
학생은 조합원ㆍ임원 불가 투표권도 없어

전 세계 협동조합 학교서 출발, 육성해야

금마협동조합 동아리에서 운영하는 학생 카페
금마협동조합 동아리에서 운영하는 학생 카페

우리나라의 학교협동조합은 협동조합법 때문에 학생 참여가 사실상 어렵다. 학교협동조합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이 함께 설립 운영해 학생들에게 협동, 경제공동체, 교육자치, 민주주의 교육, 민관학 협력의 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나 학생들은 원천적으로 조합원이 될 수 없다. 민법에 의해 19세 이하 미성년자는 경제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조합원에 가입할 수 있다. 미성년자인 학생이 이사장이나 이사, 감사로 법원에 등기하려면 부모 동의서와 인감증명, 공증을 받아야 한다. 임원을 교체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혼한 부모 자녀가 많은 요즘 두 부모의 동의를 받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해서 조합원이 되도 선거법에 의해 18세 미만은 투표행위를 할 수 없어서 19세 학생 외에는 조합의 각종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실제로 조합원 1500여 명이 되는 풀무신협의 경우도 부모 동의를 받아 가입한 미성년자 200여 명 조합원에게는 이사장 선거 등에 투표권을 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 학교협동조합은 이사장,이사 등 임원을 모두 지역 주민 등 성인으로 선임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성인끼리 운영하며 학생은 조합운영에 참여할 길이 없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고객에 불과하게 된다. 협동조합을 통한 경제교육, 민주주의 훈련, 책임의식 체험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은 미성년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법인 등록을 안하고 학생들끼리 운영하는 풀무학교협동조합은 이사장, 12명의 이사(각 학년당 4명씩)와 감사를 모두 학생들이 맡고 있다.

1980년 우리나라 첫 지역생협으로 발전한 풀무생협을 비롯해 전국 수많은 생협은 20년 동안 잘 운영하다가 1999년에 생협법이 만들어 법적 규제를 받게됐다. 신용협동조합은 1960년 부산에서 시작한 후 12년 동안 무리없이 운영하는 가운데 1972년 신협법이 만들어져 정부가 통제하기 시작했다. 협동조합 선진국 덴마크와 네델란드 등에는 협동조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82년 최초 농협이 덴마크에서 출발할 때 민중고등학교에서 출발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사회는 1943년 작은 기술학교에서 출발했다. 해방후 한국의 협동조합은 1959년 풀무학교에서 출발했다. 학교가 협동조합의 산실이었다. 학교협동조합은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박주희 학교협동조합지원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얼마 전 충남교육청 정책포럼 주제발표에서 “학교협동조합은 협동, 경제공동체, 교육자치, 민주주의 교육, 민관학 협력의 장이 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마중학교 협동조합 지도를 맡았던 이은영 교사는 “금마중협동조합 동아리는 지금까지 해본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상담이 필요한 학생의 자존감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정승관 풀무학교 전 교장은 “학교협동조합은 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는 고리였다. 이사장, 이사 등 담당 학생들이 보여준 책임감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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