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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⑫해미읍성 보호하는 동·서·남·북 미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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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⑫해미읍성 보호하는 동·서·남·북 미륵불
  • 홍성신문
  • 승인 2020.06.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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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작가
해미읍성 서쪽을 지키는 조산리 미륵불
해미읍성 서쪽을 지키는 조산리 미륵불

우리고장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유서 깊은 해미읍성이 있다. 해미읍성은 천주교 순교성지 등 역사적인 유적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해미읍성은 특이하게도 읍성을 보호하는 돌미륵이 동서남북 4개 마을에 한기씩 서있다. 동쪽에는 황락리 미륵불, 서쪽에는 조산리 미륵불, 남쪽에는 산수리 미륵불, 북쪽에는 반양리 미륵불이 각각 1기씩 전해온다.

이들 미륵불은 해미읍성 사방의 허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비보풍수의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다. 전국 각지에 미륵불이 많이 세워졌지만, 해미읍성은 동서남북 네 곳에 사방비보를 위해 돌미륵을 세운 유일한 읍성이라고 한다.

해미읍성 주변의 돌미륵들도 각각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해미읍성 서쪽에 위치한 조산리 미륵의 영험함이 재미있게 전설로 전해온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이 미륵은 수수밭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밤에 몰래 수수밭에 도둑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도둑은 주인 몰래 수수를 한 짐 베어 지게에 실었다.

도둑이 지게를 지고 일어서려는데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아무리 힘을 써도 지게가 꼼짝달싹 안하는 것이었다. 도둑은 하는 수 없이 수수를 내려놓고 빈 지게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도둑 얘기가 주변에 알려지면서 마을사람들이 미륵불을 원래 자리에 세워놓았다. 미륵불의 원래자리는 도둑이 지게를 받쳐놓았던 지점이라고 한다.

미륵불의 영험함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비는 기도처로 유명해졌다. 어떤 사람은 미륵불에게 기도하고 나서 앞일을 예언받기도 했고, 딸만 여섯 명을 낳은 사람이 기도한 후에 아들을 얻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해미읍성 북쪽을 지키는 반양리 미륵불

조산리 미륵불은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전체적인 윤곽이 마모되어 뚜렷하지 않다. 미륵불을 바라보는 첫 느낌은 남근석을 연상케 한다. 미륵불의 머리부분을 옆쪽에서 바라보면 남근석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 미륵불은 미륵신앙과 함께 남근신앙과도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마을사람들은 미륵불 앞에서 해마다 제의를 지내고 있다.

해미읍성 북쪽에 위치한 반양리 미륵불은 미륵사라는 사찰의 용화전 안에 모셔져 있다. 미륵사 주지스님의 어릴 적 집터 마당에 서있었던 것을 용화전 안으로 옮겼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은 반양리 미륵불을 할아버지 미륵이라고 부르며, 조산리 미륵불은 할머니 미륵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정확하지 않으나, 미륵불의 생김새를 보고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미읍성 남쪽에 위치한 산수리 미륵불은 원래 모습을 재현한 복사품이다. 산수리 미륵불은 1980년대에 산수리 저수지를 축조하면서 행방불명되었다. 1984년 산수리 저수지 조성 공사 후 마을 주민들이 아리랑고개로 옮겨놓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1990년대 후반 경에 원래 미륵불과 같은 모형을 제작해 그 자리에 세워놓았다.

행방불명된 산수리 미륵불은 몇 년 전에 호암미술관 정원에서 발견되었다.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호암미술관 정원으로 찾아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원래 산수리에 서있던 미륵불이라는 것을 확인을 하고 돌아왔다.

이곳 주민들은 산수리 미륵불을 제자리로 옮겨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서산시에서도 발 벗고 나섰으며 주민들도 서명운동을 펼치는 한편 이웃 불교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조상대대로 전해오던 문화재들이 도난과 훼손 등 수난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제자리로 되돌아온 문화재도 있지만, 행방불명으로 소재조차 확인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산수리 미륵불이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기를 다함께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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