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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⑲ “나이, 나이마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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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⑲ “나이, 나이마두”
  • 홍성신문
  • 승인 2020.06.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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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접때 내가 쓰러져서 도립병원에 갔던 적 있잖은가베?
       의사 말이 언넝 큰 병원으로 가 보라느믄.

저니: 나이, 나이마두. 호미로 막을거 가래로 막는다고, 내가 입이 닳도록 말허지 안혀?
       술 점 작작 처먹으라고.

<나이>는 감탄사의 일종으로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러게 내가 뭐랬냐’ ‘어쩐지 이상하더라’등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말이다. 몇 세(歲)를 말하는 ‘나이’의 뜻이 아니고, 독립적으로 쓰이며 상대방을 가볍게 질책하는 탄식조의 단어다. 그래서 발음할 때에도 ‘나~이’ 라고 길게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이 마두’는 나이와 같은 뜻이지만 다시 한번 ‘확인사살’하는 의미로 쓰인다. 즉, ‘그러게 말이다, 내가 그렇게 될 거라고(또는 그렇게 될 테니 조심하라고) 여러 번 말하지 않든? 내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더니 거봐라, 지금 이 꼴이 되었지’를 왕창 줄여서 두 글자로 표현한 것이 바로 ‘나이’다.부주의로 인해 어떤 불상사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그 예견한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게 될 때  또는, 부정적인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을 무리하게 진행해서 결국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쓰인다. 그러나 ‘말 안 듣는 아이가 엄마에게 꾸중 듣는 상황’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다. 이 말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우리 동네에서 쓰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재미있고 희한한 단어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서 듣기도,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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