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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우리의 삶은... 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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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우리의 삶은... 중(中)
  • 홍성신문
  • 승인 2020.06.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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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은 안녕하십니까?

 

권미림 (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저자(著者). 삶은 한 권의 책과도 같아서 제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소설, 수필처럼 서사의 형식은 다를지언정 사연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나 길가메시 같은 장엄한 여정은 아닐지라도 모든 삶엔 부침(浮沈)이 공존하는 것이다. 마냥 기쁘기만 한 삶도, 온통 슬프기만 한 삶도 없다는 건 차라리 축복이다. 화창하기만 한 기후가 사막을 만들 듯, 편향된 감정의 경험 또한 독선과 아집을 낳기 때문이다.

 

삶의 저자들이 꿈꾸는 건 대체로 행복이라는 이름의 선물이다. 좋은 책이 선순환으로 세상을 인도하듯, 좋은 삶 또한 행복으로 세상을 인도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결코 잘 먹고 잘사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고생이 복()>이라는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그것은 역경을 딛고 쌓아 올린 삶의 금자탑이다. 유배의 설움을 <신곡(神曲)>으로 풀어낸 단테나 귀양지에서의 사색을 <목민심서>로 엮어낸 정약용, 망명의 고통을 <국가론>으로 펼쳐낸 플라톤은 고난이 곧 행복임을 보여준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얼마 전, 제레미 리프킨이라는 미래학자의 <행복의 공식>을 읽었다. “행복(Happiness)은 자본(Capital)을 욕망(Desire)으로 나눈 것, ‘H=C/D’”라는 공식엔 삶의 고난 따윈 들어 있지 않았다. 자본을 늘리거나 욕망을 줄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복이란 삶의 본질과는 무관한 허욕일 뿐이다. 남이 가진 건 다 가져야 하고 남이 안 가진 것조차 가질 때 비로소 충족되는 욕망이란 무한대의 뱃구레를 가진 괴물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소유를 위해 삶의 모든 것을 걸어왔다. 더 많은 것들을 가지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것은 반목과 질시, 그리고 경쟁이라는 서글픈 현실뿐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본도 욕망도 모두가 위력을 잃은 시대, 부자든 빈자든 욕망의 높이가 같아져 버린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행복의 공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테와 정약용, 플라톤이 그러했듯 고난을 축복이라 여길 수 있는 삶, 무심코 지나쳤던 이웃들과 통성명을 나누고 이름 모를 들풀에게조차 인사를 건네는, 지금은 일상의 재발견을 통해 행복을 일궈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자발적 은둔을 마치고 산책길에 오르며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책을 쓰고 있는가. 내가 쓰고 있는 책은 지금 안녕한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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