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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조성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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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조성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홍성신문
  • 승인 2020.06.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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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첫발 떼는 것이 중요하다

돼지 57만 마리, 한우 5만3000 마리, 닭 300만 마리… 홍성엔 엄청나게 많은 가축들이 사육되고 있다. 당연히 가축분뇨도 엄청나다. 하루 약 4100톤의 가축분뇨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가축분뇨를 어디서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고작 20% 정도만이 퇴액비 등으로 재활용되고 나머지 80%는 개별 농가에서 정화하여 방류하는 방식으로 버려지고 있다. 가축분뇨는 수십년 째 홍성 사람들을 괴롭히는 골칫거리다. 축산농가에는 부담스런 ‘처리비용’ 문제를, 인근 주민에게는 참기 힘든 ‘악취’로 인한 환경피해를 입힌다. 축산 폐수로 인해 갈수록 나빠지는 수질과 토양, 공기의 오염 같은 환경문제는 일상을 위협할 뿐 아니라 지역의 미래까지 낙관할 수 없게 만든다. 지금부터라도 자연 환경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축사육을 줄여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농민 입장에서 보면 가축을 길러 소득을 보전 받지 못하면 농촌에서 농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이만큼 농가경제를 지탱해준 버팀목이 축산이었던 것이다. 한우, 돼지, 닭 무엇을 키우든 축산업은 주기적으로 가격파동을 겪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사육두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 환경에 적응해 온 것이 오늘 같은 결과를 낳았다.

당장 사육두수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지 못할 형편이라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가축분뇨가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2018년부터 충남연구원과 함께<축산환경공존연구회>와 <축산환경정책포럼>을 통해 축산문제를 고민해왔다. 홍성의 축산-농업-환경이 ‘긴밀하고 대등하게 연결된 순환구조’라는 관점에서 악취문제 뿐 아니라 유통과 소비, 로컬푸드, 친환경 농업, 바이오플랜트 재생에너지 등 여러 분야를 다루었다. 축산-농업-환경이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홍성의 미래를 열어갈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축산분뇨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숙제임을 분명히 알게 됐다.

환경연합은 2년여에 걸친 포럼을통해 시급한 해결과제로 분뇨처리 공적 인프라 구축과 축산분뇨의 자원화를 제안한 바 있다. 축산분뇨는 비용을 들여정화해야하는 더러운 폐기물이 아닌, 자원이고 에너지이고 돈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축산분뇨를 개별농가에 맡겨 처리하도록 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때문에 축산분뇨의 배출과 처리 전 과정을 공적 영역에서 감시, 관리되고 제대로 처리되어 환경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공공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축산업체나 개인에게 맡긴 채 민원이 발생하면 규제와 단속을 반복하는 기존의 방식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미 정부차원에서도 이런 정책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논산계룡축협의 자연순환농업센터, 강원도 홍천의 바이오가스 에너지 타운 등 축산악취와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저감하고, 신재생에너지로 활용하는 성공사례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홍성축협은 2018년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300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고 하루 200톤 규모의 가축분뇨 공공처리(바이오가스 에너지화)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지선정에서 막혀 2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축산분뇨라면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시달림을 받고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은결코 쉽지 않음을 알기에 안타까움이 크다. 그동안 반복적으로 실패한 농업 정책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주민들 또한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축산 악취로고통 받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이 사업에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일에 축협 뿐 아니라 군과 군의회 민간단체 등 지역사회의 역량을 보다 더 집중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전문가들은 홍성의 축산악취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도의 공공처리시설이 10개는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악취가 없는 축산 단지, 축산과 유기농업이 공존하는 마을,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농장은 홍성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축산분뇨와 악취문제는 그 하나만 보아서는 오히려 문제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

동물복지 농장, 경축순환농업으로 생산되는 로컬푸드, 바이오가스 에너지를 활용한 이색적인 원예작물과 여가레저시설, 여기에 홍성의 문화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질 수 있다면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은 홍성만의 특화된 관광과 교육 자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발전기금 얼마를 주겠다는 약속에 앞서 주민들이 삶과 연계된 마을공동체의 꿈과 비전을 발견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역량을 높이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보다 끈기 있고 세심한 지원전략이 선행되면 더 좋겠다. 보다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꽉 막힌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새로운 출구를 찾아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첫발을 내딛는 것이 반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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