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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⑱ 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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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⑱ 삐비
  • 홍성신문
  • 승인 2020.06.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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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이니: 소 여물 주고 서래미, 이따마직 뒷산에 삐비나 따러가세.
저니: 아니 나이가 몇 갠디 여적 삐비를 씹는다나. 넘덜이 숭 봐.

<삐비>는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잘 자란다. 높이는 어른 무릎에서 허리 정도로 자라며, 꽃은 5월경에 피어난다. 삐비의 표준말은 ‘삘기’이며 ‘띠(띠풀)’ 또는 백모향(白茅香), 모초(茅草)라고도 한다. 

삐비는 띠의 꽃대가 채 피어나기 전에 이파리(잎은 둘둘 말아진 칼의 모양이며 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속에 둘러싸여 있는 어린 이삭을 일컫는다. 이 이삭은 은백색의 빛깔이 나고 아주 부드럽고 연하며 은은한 풀냄새가 나는데, 입에 넣고 씹으면 사르르 녹는 느낌이 난다.


껌이 귀해 문지방에 붙여놓고 며칠씩 깨물던 그 시절에는, 비록 단맛은 없지만 지금의 마카롱이나 마시멜로에 버금가는 부드러운 간식이었다. 보리밭에 나는 깜부기 대신 삐비 뽑으러 다니는게 더 즐거웠고, 껌 마냥 너도나도 질겅질겅 씹어 대며 산과 들로 산딸기, 으름, 개금(개암), 때꼴(까마중), 셩(싱아)을 따러 다니는게 ‘국민핵교 학상들’의 유일한 방과 후 활동이었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들녘 초입에 붙들어 매두었던 소를 끌고 오면서도 늘 질겅질겅 씹어먹던 추억의 맛 ‘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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