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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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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⑩
  • 홍성신문
  • 승인 2020.06.1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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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쟁이 샘에 담긴 효심

우리고장 홍성군 금마면 신곡리 여술마을에 복한(卜僩) 효자 정려가 서있다. 정려 안에는 거북 받침 위에 이수가 함께 조각된 비가 서있다. 비 앞면에는 ‘효자 장령 복한지리(孝子 掌令 卜僩之里)’라고 새겨져 있다.

복한은 고려말 충신이며 면천 출신인 복위룡의 아들이다. 복위룡은 고려가 멸망할 때  ‘충신은 불사이군’을 외치며 두문동에 들어갔던 72명에 속하는 인물로 전해온다.

복한은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봉양하여, 그의 효성이 우리나라 조정은 물론이고 명나라에까지 알려질 정도였다고 한다. 복한의 효행을 기리는 비는 1458년에 세웠으며, 1995년에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39호로 지정되었다.

복한의 효행과 관련한 이야기는 다양하다. 부친상을 당하여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하는데 새들이 날아와 잡초를 뽑아주고, 그가 묘소에 갈 때는 내리던 비도 갑자기 멈췄다는 신이한 내용도 전해온다.

필자는 며칠 전에 홍성지역의 90세 넘은 어른으로부터 복한의 효행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을 전해 들었다. 그동안 알려졌던 효행담과는 또다른 흥미로운 내용이기에 소개해 본다.

복한의 부모님은 결혼하여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았다. 부모님의 늦둥이로 태어난 아들이 복한이었다. 부모님은 늦게 얻은 귀한 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키우며 무릎에 앉혀놓고 재롱을 보는 것이 낙이었다.

복한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 시작할 때였다.

“아가야, 아빠 얼굴 좀 한번 때리고 와라.”
“아가야, 엄마 얼굴 좀 한번 때리고 와라.”

부모님은 복한에게 아빠 엄마 얼굴을 한 대씩 때리게 시켰다. 어린 아들은 아장아장 걸어가서 앙증맞은 손으로 아빠 엄마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때렸다. 그때마다 부모님은 아들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복한은 점점 커가면서도 부모님을 때리는 일이 잘못인줄 모르고 계속 때렸다. 부모님을 때릴 때마다 칭찬을 받으므로 좋은 일로만 여겼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도 때리고 밥을 먹고 나서도 때리고 기회만 되면 때렸다. 복한이 점점 나이가 들고 손에 힘이 생기면서, 부모님은 아들에게 맞는 것이점점 괴로워졌다. 하지만 복한은 외출했다가 들어와서도잘하는 짓으로 생각하며 계속 때렸다.

복한은 청년이 되어서도 기회만 있으면 부모님을 때렸다. 부모님은 복한이 눈에 보이면 화들짝 놀라서 몸을 피하거나 숨어야 했다. 복한이 장성한 후에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다. 복한이 아들을 어찌나 예뻐하는지, 한시도 곁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어느 한 겨울이었다. 복한과 아버지가 안마당에서 소에게 먹일 짚을 썰고 있었다. 한참 짚을 썰고 있는데 복한의 아들이 벌거숭이가 되어 방밖으로 아장아장 걸어 나오고 있었다. 복한이 그 모습을 보면서 짚을 썰다 말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자신이 입었던 웃옷을 벗어서 아들의 맨몸을 감싸 안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복한의 아버지가 탄식하며 한마디 내뱉었다.

“나도 제 놈 어렸을 때는 저렇게 귀엽게만 키웠는데……,

이제는 부모 공도 모르고 툭하면 때려대니…, 세상에 못된 놈 같으니라고!”
복한이 어린 아들에게 옷을 입히면서 아버지가 내뱉는 소리를 들었다.

‘……?’

복한이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복한의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부모님을 때리는 것이 효도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복한은 그 뒤로 부모님 때리는 일을 멈췄다. 이후로 부모님에게 모든 효도를 다하며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주변에서 둘도 없는 효자로 소문이 자자했다. 복한의 어버지가 연로하여 자리에 누웠다. 용하다는 의원을 모두 불러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한겨울에는 갑자기 잉어가 먹고 싶다고 했다. 꽁꽁 얼어붙은 냇가를 뒤지고 다녔지만 잉어를 구할수가 없었다. 집 앞 우물에 가서 하늘에 기도했다. 아버지에게 드릴 잉어를 구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복한이 무릎 꿇고 앉아있는 체온으로, 꽁꽁 얼어붙은 땅이 녹아내릴 정도로 긴 시간 간절하게 기도했다.
복한이 기도를 하고 일어서는데 우물 안에서 물고기 두 마리가 튀어 올랐다. 복한이 순간적으로 물고기를 낚아챘다. 한 마리는 잡고 한 마리는 물속으로 그대로 사라졌다.

복한이 잡아 올린 물고기는 숭어새끼인 모쟁이였다. 모쟁이를 아버지에게 고아드려서 병이 나았다. 이후 이 샘은 모쟁이 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효자 복한도 세상을 떠났다. 마을에서 복한의 뒤를 잇는 효자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복한이 놓쳤던 모쟁이 한 마리는 또 다른 효자를 위해 예비해 놓은 물고기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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