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일그러진 한국언론의 작지만 밝은 대안"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장호순 교수)
월간 '말' 1998년 4월호 중에서

지역신문(community newspaper)의 원조 '홍성신문' 우리나라 지역신문의 원조는 1988년12월 1일 창간된 '홍성신문'이다. 그러나 '홍성신문'은 자신이 지역신문의 원조라고 해서 그 비결을 혼자만 알고 감추지 않았다. 자기가 원조니까 남들은 모두 아류라고 오만해 하지도 않았다.

'홍성신문'이 창간된 이후 많은 지역신문들이 '홍성신문'으로부터 자극을 받거나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아 창간되었다. '홍성신문'은 자신들의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의 경험까지도 다른 곳에서 지역신문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전수해 주었다. 현재 타블로이드판 24면으로 주1회씩 발행하는 '홍성신문'은 총 11명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홍성신문'의 창간을 주도한 사람들은 홍성 지역에 거주하는 개혁 성향의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은 군사정권 시절부터 홍성 지역에 민주화의 불씨를 지펴 온 사람들이었다. 친여, 토호세력들이 활개치던 당시 우리나라의 지역 사회에서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그들은 87년의 6.29선언 이후에도 민주화투쟁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방법의 다양화에 공감했고 그 중 하나로 지역 언론 없이는 지역 사회의 민주화는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홍성신문'의 창간을 제의한 사람들 중 아무도 언론계에서 일했던 경험을 갖고 있지 못했다. 어떻게 신문을 만들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던 차에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었고, 홍성 사람들도 자신감을 얻었다. 그들은 '국민주' 대신 '군민주' 방식으로 홍성지역 주민과 출향인들에게 모금을 해, 1988년 겨울에 자본금 5천만원인 홍성신문사를 설립했다. 이후 94년까지 증자를 계속해 자본금을 5억원으로 늘렸다.

홍성신문사의 주식은 소액 군민주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소수의 대주주가 나머지 절반을 갖고 있다. YMCA, 전교조, 농민회 등 홍성군 내의 진보적 사회단체들도 '홍성신문'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창간 초기에는 '홍성신문'의 직원이나 독자 모두 '홍성신문'을 민주화운동의 일부라고 여겼다. 따라서 신문의 질적 수준이나 언론기업으로서의 경영문제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행정기관의 독선을 질타하는 '홍성신문'을 홍성 군민들은 적극 지원했다. 서툴지만 열심히 만드는 '홍성신문'을 열심히 읽어 주고, 광고를 실어 주었다. '홍성신문'은 92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 주민의 애향심에 호소하는 신문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광고주와 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기업경영의 체제를 갖추었다. 이후 3년간 광고 수주액이 매년 25% 이상 늘어났다.

홍성신문과 같은 건강한 지역신문들은 이 땅에 뿌려진 민주주의의 씨앗들이다. 그들은 권력과 자본의 앞잡이 언론이 아니라, 독자와 지역 사회를 위한 참언론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지치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지역신문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란 지역에 관계 없이 정치적,경제적, 문화적, 교육적 환경이 균등히 보장되는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가 실현되려면 각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행정기관이나 지역 유지들의 이해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해결되는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지역 언론이다.

중앙집권 체제가 지역 사회에 끼쳐 온 엄청난 폐해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여론 형성과 참여를 촉진할 언론매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실한 지역신문은 지방자치의 정착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우리 언론계에 희망과 개혁의 빛을 비춰 줄 것이다. 물론 지역신문에도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좀더 보기 좋고 읽기 쉬운 내용으로 독자들의 정보욕구를 만족시켜야 하고, 더욱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지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좀더 심층적이고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한편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지역 주민들의 압력을 뿌리치고 그들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언론의 덕목은 지역신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언론이 장차 갖추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중앙 언론보다는 홍성신문과 같은 지역신문이 먼저 그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들은 자본과 권력의 보호막이 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